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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그게 아닐 텐데

그게 아닐 텐데 그를 보겠다고 힘들게 먼 길까지 왔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그는 불쑥 이 말을 내뱉었다. “바쁜데 뭐 하러 왔어요.” 그것도 퉁명스럽게. 그와 그의 아버지와의 둘만의 시간. 짧은 대화, 긴 침묵. 짧은 눈빛, 긴 어색. 짧은 공감, 긴 대립. “그래, 잘 지내라.” 멀어져가는...

  1.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베푸는 거라죠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베푸는 거라죠좋은 책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가슴 한구석에 그때의 그 감동으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가슴에 남아 있는 한 권의 책이 있는데 바로 구리 료헤이 단편소설 입니다.어느 작은 도시의 ‘북해정’이라는 우동집.허름한 차림의 중년 여성과 두 아들이 우동집에 들어옵니다.“1인분만 주세요.⋯

  2.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접어야 할 타이밍

    접어야 할 타이밍오줌을 쌀 때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쏟아내야 한다.그렇지 않고끝에 한 방울이 달랑거리면뭔가 개운하지 않고 찜찜하다.미련이란,털어내지 못하는 그 한 방울.살다보면 버리지 못하는 것들, 접지 못하는 것들,끊지 못한 것들로 인해하루가 그리고 인생이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이성적으로,냉정히 그리⋯

  3.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인생 최고의 날

    인생 최고의 날이미 지난 것에 미련을 두지 마. 아직 닥치지도 않은 것을 미리 걱정도 하지 마.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해.오늘이 힘겨우면 오늘만 울고 오늘이 사랑스러우면 오늘을 사랑하고 오늘이 행복하면 그렇게 웃으면 돼. 성과를 냈다면 기뻐할 일이나 그 기쁨을 하루 이상 지속하지 말고 상처를 입었다면 아파⋯

  4.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들리나요, 내 눈물

    들리나요, 내 눈물슬픔의 물이 가슴 한켠에 고이면 그것을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그러지 않고 계속 가슴 안에 담아두면그 부위가 헐고 짓무르고 쓰라리고끝내는 몸 전체가 썩고 만다.가슴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그렇다고 처음부터 눈물을 내보낼 순 없다.눈물을 보이는 순간, 그대가 얼마나 당황할까, 그대가 얼마나 부⋯

  5.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경계에 선 밤

    경계에 선 밤이 선을 넘을까 말까 판단이 서지 않는다.한 잔을 더 마시면 필름이 끊길 거 같고그렇다고 멈추기엔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왜 내게 그랬는지, 왜 그때 내버려뒀는지이해도 되지 않고 화가 나기도 한다.편안하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고 말하지만그렇다고 아픈 것만이 인생이라 할 수도 없지 않는가.테이블 위⋯

  6.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기필코

    기필코 바람의 질량이내 뺨에 젖어들 때 나도 모르게웃었지.벌의 날개가 작은 먼지를허공에 띄울 때 나도 모르게 수줍었지.웃고 수줍은 나를처음으로 본 게,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너였지.너의 인생 끝자락에기필코 매달리고 싶었지.나는, 김이율(dioniso1@hanmail.net)「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가슴이⋯

  7.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결국 사람이다

    결국 사람이다홍어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족발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미더덕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말 많은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지나친 애정 표현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막걸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무리와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하지만못하든, 싫어하든,중요한 사실⋯

  8.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수백 번 중얼거리며

    수백 번 중얼거리며우주 천체들이 서로 당기고 밀치는만유인력에 의해 결합하기도 하고 떨어져있기도 하면서질서를 유지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다.그 질서라는 것은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영원히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그런데 사람의 인연에는 만유인력이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밀고⋯

  9.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미리 아파하는 사람

    미리 아파하는 사람아직도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겨울인데도화사한 개나리 봄옷을 미리 꺼내 입는 사람이 있다.그 사람은 계절의 변화보다 한 템포 더 빠르게 반응한다.미리 옷장을 정리하고, 미리 땀을 흘리고, 미리 꽃잎 주위에서 흔들리는 나비를 꿈꾼다.아직도 태양을 삼킨 한 여름인데도바바리코트를 미리 꺼내 입⋯

  10.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세 들어 살고 싶다, 그 마음 안에

    세 들어 살고 싶다, 그 마음 안에 그 집은 높았다.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가팔랐다.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사뿐히 내디딜 수 있었던 건그 집에 그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어떻게 매일 이 높은 곳을 다녔을까.안쓰러움과 대단함이 내 마음 안에 일렁인다.일용한 양식이 담긴 검은 봉지를 앞뒤로 흔들며⋯

  11.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기억의 향기

    기억의 향기 참 해맑은 미소,참 바른 말투, 참 예쁜 손짓,참 고운 입술, 참 눈부신 머릿결,참 현명한 사고,참 다정한 성격,참 세련된 감각...보통이 아닌 특별함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참이란 수식어로도 다 채울 수 없을 때가 있었다.세상 모든 것들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때가 있었다.오직 그 사람만 보이고 세상의⋯

  12.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밥이나 먹자

    밥이나 먹자 몇이나 되겠어? 어릴 때부터 뭔가 되겠다고 뚜렷한 꿈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안 그래? 오늘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고 내일은 소방관이 되고 싶고 어떤 날은 개그맨이 되고 또 어떤 날은 과학자가 되고 싶고. 호떡 뒤집히듯 변덕스러운 게 바로 꿈이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졸업하고 어른이⋯

  13.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그 꼬맹이를 찾아서

    그 꼬맹이를 찾아서 어느 초등학생이 지은 동시이다.     비가 그렇게 내리고  눈이 그렇게 내리고   또, 강물이 그렇게 흘러가도  바다가 넘치지 않는 건  물고기들이 먹어서이겠지   소방차가 불난 집 불을 끈다  나는 신나게⋯

  14.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별 낚시

    별 낚시 겨울 창가에 서서하늘을 향해 낚싯줄을 던졌지요. 그 많던 별들은 다 어디 갔을까,무엇 하나 걸리지 않고낚시찌는 허공에 박혀 옴짝달싹 못했지요.바람만 출렁이고 내 마음만 깊어 갔지요. 문득 눈물 한 방울 터졌지요. 눈물이 또 다른 눈물을 부르려는 순간, 올 것이 왔지요. 드디어 왔지요. 낚시찌가 오⋯

  15.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못난 나를 남겨두고

    못난 나를 남겨두고 누군가가 ‘모처럼 비가 옵니다’라는 글과 함께비가 내리는 영상을 올려놨다. 영상을 보니 정말로 비가 많이도 내리고 있다. 무더위를 한방에 씻겨줄 고마운 비,사람들은 이 비를 보며 청량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영상 속 비보다 자꾸 한 단어가 들어오는 걸까.‘모처럼⋯

  16.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엉덩이 뼈

    엉덩이 뼈 연극인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운동과는 담 쌓았는데 유일하게 내가 출전한 종목, 닭싸움몇 초도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무릎이 나의 육중한 몸을 헹가래쳤다. 몸은 공중부양한 후, 잠시 뒤 수직낙하!다음 날, 일어나니 엉덩이뼈가 욱신욱신.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아.엉덩이뼈에 맨소래담을 발랐더니발⋯

  17.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사랑, 스타트

    사랑, 스타트 며칠 전에 꿈을 꿨다.작은 씨앗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왔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밀어냈는데,자꾸 다시 떼구르르 굴러온다. 살짝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 조그마한 것이자꾸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한번 뜨거워진 거라 쉽사리 식지 않을 듯하다. 마음은 이미 가고할 수 있⋯

  18.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그때는 그게 나였다

    그때는 그게 나였다 들키지 않는 법을 연마해야겠다. 복면을 하고흉기를 들이대고 느닷없이 나타나면 도둑인 줄모두가 다 안다. 그러면소리를 지를 것이고곧 경찰이 올 것이고몇 걸음도 못가서 곧장 잡힐 것이다. 훔치지도 못한 채,그 마음. 다 꺼내지 말고그냥 꽃으로살포시 전할 걸 무식했다.⋯

  19. [책쓰기 코치,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신호등에서

    신호등에서 파란 불이 켜졌다. 그런데도 늘 망설이기만 하고다가가지 못했다. 가도 될까?정말로 다치지 않을까? 늘 계산하고늘 두려워하고 늘 고민만 했다. 꿈이 저 건너편에서 손짓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빨간 불이었다. 꿈만 꾸다가 어른이 되었고 꿈만 품다가 바람이 겹겹이 쌓였다. 언제까⋯

  20. [김이율의 포스트홀릭] 만년 후에도

    만년 후에도 글을 쓴다고 하면 으레 선물로 만년필을 준다. 고맙고 다시 생각해도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내 손에 들어온 만년필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니 괜히 심술이 난다. 요즘 펜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다른 걸로 주라고 말할 수도 없고 참으로 그렇다. 결재 사인이나 하는 CEO라면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