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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의 인터넷 세상]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아파트 1층은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바깥 출입이 빠르고,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옵션도 제공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녀도 되고 행여 손님이 방문해도 발걸음에 힘을 줄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고층을 선호한다. 매매 가격도 최고층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로열층이라는 용어도 생겨나지 않았는가.

이같은 현상은 프라이버시(Privacy)를 중시하는 공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종종 눈에 띈다. 여러 사이트를 하나의 아이디로 활용할 수 있는 원-아이디(one ID) 서비스의 경우가 그러하다. 사이트마다 각기 입력해야 하는 ID와 사용자 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해준다니, 인터넷 유저라면 한 번쯤 가입을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서비스는 패스워드가 유출되면 가입한 모든 사이트의 정보가 한꺼번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메신저나 채팅을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했던 기능이 영상으로 확장된 화상채팅도 마찬가지다. 처음 선보일 당시 웹캠 하나만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생생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상채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캡처, 동영상 등의 형태로 이리저리 노출되면서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필요한 사람에 의해서만 이용되거나, 좋지 않은 형태로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을뿐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늘 상충된다. 본디 프라이버시는 자신에 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누구나 고귀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가 있으며, 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터넷 상에서 아이덴티티는 닉네임이나 대화명을 통해 사이트별로 각기 다른 자신의 캐릭터로 표현된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프라이버시는 암묵적으로 합의되고 타협된 아이덴티티로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가치로 꼽는 것은 아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나머지 프라이버시 일부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미 고효율과 편리함을 내세운 대가로 프라이버시의 일부를 내놓고 있는 사례가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CCTV가 단적인 예다. 아파트, 대형 상점, 길거리 등에 설치된 CCTV는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위험에 보호받을 수 있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우리 스스로 24시간 노출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프라이버시를 포기한 결정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 사이트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 개의 아이디로 카페, 블로그, 메일,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은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한다. 모든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제약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편리함을 좇으면 개인은 감시 구조에 갇힐 수 있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본연의 기능이 상실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프라이버시는 감추고 싶은 것이 아니라 노출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는 개개인의 정보가 무제한 노출되므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편리함은 프라이버시를 이길 수 없다. 프라이버시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뒤따라야만 인터넷 세상은 지속될 수 있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column_j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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