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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넥슨 김정주의 선택


기업가 정신 필요할 때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게임업계가 연초부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3대 게임사 중 맏형격인 넥슨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매각이 실제 성사될 경우 이는 10조원대 규모의 초대형 '빅딜'이 될 전망이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손에 쥐게 될 금액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협상자로는 중국의 텐센트, 미국의 EA, 디즈니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이 같은 선택에 대해 진경준 전 검사장과의 '공짜주식'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이 건과 관련해 2년여간 법정에 출석하며 주변인들에게 잦은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는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이 사건이 터지면서 김 대표의 이미지도 크게 손상됐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입장문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어린이병원 설립 계획과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입장문을 밝힌 지 약 7개월 여 만에 갑작스런 넥슨 매각설이 터지면서 김 대표의 이미지는 다시 악화일로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1심 법정에서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던 김 대표의 다짐이 결국 이렇게 예고 없이 회사를 팔아버린다는 뜻이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김 대표 혼자만의 힘에 의한 것은 아니며, 김 대표는 넥슨이라는 거대 게임사가 가진 국가적·사회적 영향력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넥슨 매각 시에는 국가적·사회적으로 다양한 파장이 발생할 전망이다. 만약 넥슨이 중국 텐센트 등에 매각되면 국가적으로는 중국에 게임 선두국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 매각 결과에 따라 사회적으로는 수천명에 달하는 넥슨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매각을 강행할 경우 게임업계 맏형으로 업계를 이끌어 온 김 대표에게 영영 부정적인 꼬리표가 덧씌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기업가 정신은 어려운 시절을 극복할 때 발휘된다"며 "현재 게임업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창업가들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순간에 오히려 넥슨을 매각해버린다면 김정주 대표의 이미지는 평생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기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가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싶다면, 게임업계가 당면한 위기의 순간 회사를 매각하기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잊지 않고 이를 함께 견디는 모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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