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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대 졸업하고 곧바로 수술할 수 있나?


[김석기의 IT 인사이트]

조선시대 명의 중 우리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허준 선생 정도다. 허준 선생이 나온 드라마만 하더라도 1975년에 김무생이 허준 역을 맡은 ‘집념’부터 시작해 서인석의 ‘동의 보감’, 전광렬의 ‘허준’. 김주혁이 나온 ‘구암 허준’에 심지어 한류 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에 까지 허준이 등장할 정도다. 드라마에 이렇게 많이 나오다 보니 서울 강서구에는 전광렬의 ‘허준’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한 직후 허준 박물관과 그의 호를 딴 구암공원, 허준로가 생겨나기도 했다.

선조의 어의였던 허준선생이 조선을 대표하는 명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지만 조선 500년 역사를 통틀어서 수 백명의 어의와 수 만명의 의원들이 있었을 것이다. 시대와 상황이 다르기에 의술 실력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허준 선생과 의술의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이제마 선생같은 대가들도 여러 명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허준 선생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우리가 모르는) 의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허준 선생을 알게 된 것은 단순히 그의 의술이 뛰어났기만은 아니다. 허준선생을 불멸의 명의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그가 편찬한 ‘동의보감’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당시의 모든 의학 지식을 집대성한 임상대백과 사전으로서 18세기에 일본과 중국에서도 출간되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는 명저다.

어의로서 당대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그도 선조가 죽은 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귀양살이를 가게 되었고, 시작한지 15년만에 유배지에서 완성한 책이 바로 동의보감이었다. 동의보감을 탈고한 후 이를 광해군에게 바치고 귀양살이에서 해방 된 후 내의원에 복직되었다. 그 뒤 허준선생은 후진 양성과 의서 편찬 및 의서 수리 등을 맡다가, 1615년 음력 8월 17일에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허준선생은 대대로 무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31세되던 1569년 이조판서 홍담의 추천으로 내의원에 들어가 의관으로 출사했는데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나온 것과 달리 그는 의과에 급제한 기록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명의로 이름을 날리면서 궁중내의원에 들어간 것을 보면 의술실력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직업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에 태어난 사람이다. 히포크라테스에 창시된 서양 의학은 2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의과대학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졸업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인 대학이 4년제인것과 비교해 의대는 6년의 긴 기간 동안 의학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의 공부를 함에도 의대졸업 후 곧바로 수술을 할 수는 없다. (의대를 졸업하면 1차 진료만 할 수 있다.) 의사가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가 되어야 하는데 의학대학 6년을 졸업하고 일반의사 자격을 취득 한 후 인턴 1년, 레지던트(전공의) 4년의 임상 수련을 거쳐야 전문 의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이중 남자는 병역을 마쳐야 해서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3년의 기간이 더 해진다.

의학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경영학과를 나왔다고 곧바로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고 곧바로 기자나 앵커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서 배운 학문적 소양은 기업의 현업에서 사용하는 기술의 토대일 뿐 기술 그 자체와 혼동하면 안 된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과거 역사로부터 전해오는 기록과 경험, 간접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며 지식을 연구하는 자체가 목적이다. 반면 회사는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조직이다. 대학에서 4년간 배우는 학문은 사회에서 돈은 버는 기술과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지식은 목적이나 방향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기에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회사가 원하는 기술을 갖췄을 확률은 매우 낮다. 심지어 같은 분야의 다른 회사에서 수년간의 경력을 가진 경력 사원도 회사를 옮기면 회사마다 다른 환경과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새내기 대졸자가 입사 후 곧바로 현업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래서 필자는 4년간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도 회사에서 곧바로 프로그래머로 쓸 수 없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다. Java를 예로 든다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에서 프로그래머 구인 인력의 70~80% 정도는 Java 프로그래머이다. 대학 컴퓨터 공학과의 기능이 단순히 기업에서 필요한 프로그래머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면 70~80%의 대학에서 Java만 가르쳐야 가장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Java 프로그래머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C, C++, C#, PHP, Python, PL/SQL, Ruby, Java Script 등 이외에도 수십까지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존재하며 프로그래밍 분야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에서 연구하고 일해야 할 컴퓨터 공학 전공자도 있어야 한다. 기업이 자신들의 회사에 쓸 인력교육 비용을 줄이고자 Java 프로그래머만 양성하도록 정부와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대학교육뿐 아니라 IT 산업 전체를 망치는 일이다.

대학은 기업의 신입사원 기술업무 교육기관이 아니다. 기업은 기업이 필요한 교육을 신입사원에게 시켜야 하며 그에 대한 것을 대학에 강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주장이나 행태는 개별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것을 사회적 비용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그래밍을 못하는 것 당연한 것이다. 의대 졸업했다고 바로 수술을 못하는 것처럼..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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