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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한국인 최초 웨스트엔드 주역’ 김수하 “대한민국 힘 보여주려 했다”
“백발 할머니 돼도 무대서 춤추고 노래하고파…재밌다면 뭐든지 도전할 것”
2019년 07월 16일 오후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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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맨땅에 헤딩하듯 나섰지만 대한민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있었어요.”

지난 2015년 어린 나이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주역을 따낸 김수하는 당시 국내에서 데뷔도 하지 않은 22세 단국대 3학년 학생이었다.

부모님과 헤어져 낯선 땅으로 긴 여행을 떠나면서 그는 두려움보다 사명감이 컸다고 한다. “남자는 홍광호 오빠가 먼저 (웨스트엔드에) 가셨고 제가 한국인 여자 최초로 간 거기 때문에 ‘해내야 된다’고 다짐했어요. 제가 잘 해야 후배들도 갈 수 있는 길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겠어’ 이런 마음이었어요.”

[사진=조성우 기자]
김수하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와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으로 해외에서 4년간 공연을 해왔다.

일본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영국 현지 프로덕션의 제안을 받아 처음엔 ‘킴’ 커버와 앙상블로 프린스에드워드 극장에서 데뷔를 했다. 그리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기회를 잡고 오롯이 ‘킴’ 역으로 30회 이상 웨스트엔드 무대에 섰다.

영국과 더불어 일본 오디션에도 합격해 2016년 도쿄·후쿠오카·오사카 등에서 공연했고 2016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는 영국 전역과 독일·스위스 공연 투어 팀에 합류해 14개 도시에서 활약해왔다.

이 당차고 카리스마 넘치는 26세 배우가 궁금해 한달 여를 기다린 끝에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김수하와의 일문일답.

- 뮤지컬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과 같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더 플레이 엑스’라는 뮤지컬을 봤다. 처음 본 뮤지컬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때는 노래방에서 열심히 노래 부르고 춤추면 뮤지컬배우가 되는지 알았다.”

- 뮤지컬과 입시는 어떻게 준비했나.

“노래방 실력으로 운 좋게 서울공연예술고 공연예술과 뮤지컬전공을 하게 됐다. 내가 1기라서 지금처럼 경쟁률이 세지 않았다.(웃음) 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전공을 이어서 단국대 뮤지컬과에 입학을 했다.”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미스 사이공’ 공연 사진. [PL엔터테인먼트]
- 웨스트엔드 진출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레미제라블’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진출한 양준모 선배님이 같은 회사에서 다음해에 ‘미스 사이공’을 올린다고 말씀해주셨다. 선배님의 아내이신 맹성연 작곡가님과 녹음 데모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나를 좋게 기억해주셔서 ‘킴 역할의 신인 배우를 찾고 있으니 한번 해보겠니’ 하시더라. 그래서 일본 오디션에 지원하게 됐다. 캐머런 매킨토시(영국 뮤지컬 제작자) 회사는 항상 그에게 컨펌을 받는데 캐머런이 내 오디션을 보고 나를 찾아달라고 수소문했다고 들었다. 영어로 영상을 찍어서 보낸 뒤 웨스트엔드로 갔다.”

- 정작 영국에는 오디션 없이 간 것인가.

“그렇다. 광호 오빠가 시작했던 2014년도 첫 번째 캐스트가 끝나고 캐스트가 체인지될 때 전세계적으로 킴 커버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회차를 받아서 하는 킴 역할과 얼터는 계속 하기로 했고 커버만 없어서 내 생각엔 앙상블도 되고 킴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 그렇게 갑자기 연락을 받게 돼 급하게 야반도주하듯 갔다.”

- 캐머런이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보나.

“나도 모르겠다. 의문이다. 들은 걸 말하자면 일본에서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볼 때 영국인 연출님이 통역사에게 내 일본어 발음이 어떤지 물어보셨다고 한다. ‘내 생각엔 수하는 귀가 되게 좋은 것 같다’고 한 통역사의 한마디에 나를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캐머런은 아직까지 내게 왜 뽑았단 얘긴 하지 않으신다.”

- 그런 귀띔을 해준 연출은 어떤 분인가.

“일본 오디션 때부터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고 내가 한국에서 데뷔를 한다고 했을 때도 너무 좋아해주신 분이다. 내가 커버로 갔기 때문에 앙상블 리허설을 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커버 리허설도 했다. 결국에는 몇 캐릭터 빼고 그 대본을 다 외워야 되는 수준이었다. 그때 커버 리허설도 그 연출님이랑 했고 일본 투어도 함께 해서 내가 그분께는 레아 살롱가 같은 디바가 되는 관계다.”

- 좋은 기회를 만났지만 그보다 더 힘든 과정을 견딘 것도 대단하다. 그때 어떤 각오로 임했나.

“영어를 못하니까 두려움도 있었다. 같이 가시는 통역사 선생님이 계셔서 그분께서 도와주시고 ‘투이’ 역을 한 조상웅 오빠도 같이 가서 의지가 됐다. ‘가는 김에 재밌게 잘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당시의 마음은 어리니까 실패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항상 지금 실패하더라도 일어날 힘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겁을 안 먹었다.”

[사진=조성우 기자]
- 타지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한식을 좋아해서 처음엔 즉석밥으로 버티다가 제대로된 음식을 못 먹고 통조림 같은 것만 먹다 보니 헤르페스가 엄청 많이 났다. 그리고 영어를 못해서 음식점에 가거나 밖에서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영어를 못하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우리끼린 서로서로 위로하고 케어해주고 도와주는 분위기였다.”

- 당시 주6회 공연을 이어나갔다.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했나.

“진짜 재미없었다. 죽이고 죽고 그런 작품이니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공연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배가 너무 고프더라. 뭘 좀 먹고 한국 영상을 보는 사이트에서 예능 프로그램은 다 보고 드라마도 정말 많이 봤다. 그게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영상을 보다가 밤 12시나 1시쯤 잠들고 아침 10시나 11시에 일어나서 1~2시간 운동을 했다. 밥을 먹고 낮잠을 좀 잔 뒤 공연을 하러 갔다. 정말 규칙적으로 보냈다. 딱 하루 노는 날엔 근교에 좋은 게 있다면 보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목 싸매고 마스크하고 무장을 하고 나갔다. 그날만큼은 먹고 싶었던 음식들도 먹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자주 아팠는데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더라.”

- 나름의 인생관이 있다면.

“내가 영국에서 킴으로 데뷔하는 날이 공연 오픈한 지 한달 됐을 때쯤이었다. 그때 우리 배우들이 나한테 ‘인조이’라고 하더라. 한국에서는 ‘오늘 공연 잘해’ 이렇게 얘기하는데 즐기라고 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이래서 이들이 무대에서 빛나 보이고 재밌어 보이고 신나 보이는구나 싶어 지금도 같이 공연하고 있는 동생들에게 ‘재밌게 해’ 이런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뭐든지 재미있게 하는 거.”

- 롤모델로 생각하는 배우가 있나.

“내가 진짜 좋아하고 나를 무척 예뻐해주시는 최정원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선배님을 어떤 분의 소개로 우연히 만나게 됐다. ‘미스 사이공’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외국 연출님이 정원 선배님한테 악보를 주시면서 ‘만약에 이 작품을 한국에서 하게 되면 정원 씨가 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작품이 늦게 들어오게 돼서 못하셨다고 한다. 내 소식을 듣고 대견해하는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다. 이번에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보러 오셔서 자랑스러워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진=조성우 기자]
- 앞으로 한국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도 되나.

“하고 싶은 게 많기도 하고 내 여러 모습을 보여드려도 좋을 것 같다. 선입견을 깨고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라는 것을 좀 보여드리고 싶다. 나는 백발의 할머니가 됐을 때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 재밌다면 뭐든지 해볼 계획이다.”

- TV나 영화로도 활동 무대를 넓힐 생각이 있나.

“‘과연 내가 그걸 감당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 의심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뮤지컬은 재밌게 잘 할 수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 내 매력이 잘 보일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좀 있다. 학교에서 단편영화를 찍어본 적이 있는데 재밌었다. 그때 기억이 있어서 해보고 싶은 맘은 있고 주어지면 너무 감사하긴 할 것 같은데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만약에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보고 싶다.”

- 올해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그동안 쉬는 기간이 별로 없어서 ‘스웨그에이지’ 끝나고 나면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표도 예약을 했다. 영국에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가려고 한다. 사실 여행 왔던 친구들보다 공연을 못 봤다. 이번에 가면 공연도 보고 유럽도 가볼 생각이다. 인터내셔널 투어를 했는데 프랑스도 못 가봤다.(웃음) 운전면허도 따고 싶고 나를 위한 시간들, 가족들·친구들하고 노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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