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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라이엇게임즈는 왜 韓문화재 보호에 50억을 썼을까
구기향 사회환원사업총괄 "한국문화 우수성 알릴 기회라 판단"
2019년 08월 15일 오후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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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지난 6월 국외 반출 문화재인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와 인장(도장)이 미국 경매를 거쳐 국내로 돌아왔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라이엇게임즈가 조성한 국외 문화재 환수 기금을 통해 이를 매입하면서다.

지난 4월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됐던 항일 의병장의 문집 책판 일부가 독일을 거쳐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이, 2014년에는 프랑스에서 조선 희귀 불화 '석가삼존도'가 국내로 환수됐다.

이는 모두 라이엇게임즈가 조성한 국외 문화재 환수 기금 덕분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PC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제작·유통하는 미국 게임사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국내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위해 문화재청에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 총액은 이미 50억원을 넘어섰다. 라이엇게임즈는 4대 고궁 보존 관리,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이상의 집 재개관, 청소년 문화유적지 탐방 역사 교육 등 국내 문화유산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간 기업 중에서는 현재 유일하게 문화재청에 국외 문화재의 국내 환수를 위한 지원금도 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왜 한국 문화재 보호에 이렇게 앞장서는 것일까. 국내 문화재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외국계 게임 회사가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15일 라이엇게임즈에서 문화재 관련 사업을 총괄 중인 구기향 사회환원사업총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 총괄은 라이엇게임즈에 국내 문화재 관련 사회환원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던 인물이다.

구기향 라이엇게임즈 홍보 및 사회환원사업 총괄


◆라이엇게임즈가 국내 문화재 보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을 돌려주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다. LoL을 즐기는 청소년 플레이어들은 물론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 한국 문화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라이엇게임즈(한국 지사)도 출범 당시부터 내부적으로 사회환원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2011년 9월 국내 출범했는데, 출범하면서 LoL의 한국형 챔피언 '아리'의 초기 판매금액 전액을 한국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아리는 구미호 모습을 한 LoL의 한국형 챔피언이다. 신규 챔피언은 보통 초기 6개월간 판매금액이 전체 판매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2011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고려, 기부 일자를 2012년 6월께로 잡았다.

문제는 기부 분야였다. 우리답게 기부할 곳을 찾아야 했다. 2012년 초 입사했는데, 입사 첫날 주어진 과제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 때문에 정말 세상에 있는 좋은 일이란 좋은 일은 다 찾아본 것 같다. 생색내기용 단발성 행사가 아닌, 우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과 교감할 수 있는 활동 위주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게임이 문화라면. 문화의 뿌리는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문화유산 보호쪽에 기부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게임을 즐기는 젊은층이 대체로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이 적다 보니, 우리 플레이어들에게도 이 같은 활동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문화재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막상 아이디어가 나오긴 했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문화유산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기업과 민간단체가 함께 하는 부분을 특히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그러던 중 문화재청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문화재청에서는 '한 문화재 한 지킴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전문가와 함께한다면 전반적인 방향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문화재청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첫 반응은 사실 대부분의 많은 분들과 비슷했다. 일단 회사 이름을 제대로 못 알아들으셨다. 또 외국 게임 회사가 국내 문화재를 보호하고 싶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생소해 하셨다.

그분들도 기부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니다. 같이 할 만한 접점이 있어야 기부도 받아준다. 그런데 게임 회사, 심지어 외국 회사라고 하니 대체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감이 안 오셨던 것 같다. 고민해보겠다는 말씀 이후로 한동안 연락이 없어 초조한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이에 거듭 전화를 해 결국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게 2012년 3월이다. 당시 회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을 땐데, 우리가 방문한다고 해도 대전에 계신 문화재청에서 직접 오시겠다고 하더라. 어떤 회사인지 직접 한번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결국 만남은 성사됐고, 다행히 그날 얘기가 잘됐다. LoL은 그때 당시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즐기는 게임이었다. 한국에서 인기도 좋았다. 우리 설명을 들은 문화재청 측은 우리가 청소년과 젊은 층을 문화유산과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의 진정성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그해 6월 처음으로 협약식을 하고, 2012년 첫해에만 5억을 기부했다. 아리 초기 판매금액에 기부금을 더 보탠 금액이었다. 본사 쪽에서도 예산을 넉넉히 지원해줬다. 추가 기부금이 필요하면 더 쓰라고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부금 액수가 점점 커졌다. 다만 2014년을 기점으로 금액이 늘었는데, 굳이 이를 밝히지 말자는 내부방침이 정해져 그 이후로는 정확한 총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기부금 누적 총액은 50억원을 조금 더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 [사진=라이엇게임즈]


◆기부금액이 적지 않다. 관리 및 운용은 어떻게 하나.

"기금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우리의 기부금은 문화재청이 아니라 관련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맡긴다. 문화재청과는 어디에 얼마를 쓸지 논의하는 일을 한다.

문화재 안내판 보수 사업, 고궁재현 사업, 국외 문화재 환수 사업 등 프로젝트별로 구체적인 금액과 파트너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매년 내년에 진행할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미리 예산을 배분한다.

다만 이때 유일하게 예측을 할 수 없는 게 바로 국외 문화재 환수다. 언제, 어디서, 얼마가 어떻게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 문화재 환수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금을 유지하고, 긴급하게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생기면 지원하기로 정해놓고 가는 상태다.

국외 문화재 환수는 돌발변수가 많고 기약이 없다. 일단 어떤 문화재가 언제, 어디서, 얼마에 나올지 모를뿐더러, 나온다고 하더라도 가품일 위험성이 있다. 가치 있는 유물이지만 훼손이 많이 된 경우도 있다.

또 이야기가 잘 되는 듯 하다가도 소장자의 변심이나 상속, 증여 문제 등으로 갑자기 협상이 엎어지는 일도 있다. 문화재가 경매로 나왔을 때 바로 찾지 못하면 민간 소장품으로 다시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우리 기금은 주로 중요한 유물이 긴급하게 경매에 나왔을 때 사용된다. 우리 말고 정부에서도 국외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배정한 예산이 있는데, 아무리 중요한 유물이 나오더라도 긴급한 경매에 이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

어떤 문화재는 하루이틀 전에 확인되기도 하는데, 결재 서류를 올리고, 승인을 받아 절차대로 지원금을 받으면 이미 늦는다. 그럴 때 재단 측이 얘기하는 게 바로 우리다. 아무래도 우리는 민간 기금이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우리를 빼면 현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해외 문화재 환수를 위해 들어간 민간기금은 전무하다."

◆본사는 이 같은 사회환원활동을 어떻게 보나. 별다른 제약은 없는지.

"라이엇게임즈 다른 나라 지사들도 마찬가지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굉장히 초기 수준이고, 과거 메이커 위시 재단에서 했던 것처럼 아픈 학생들을 도와준다거나, 근처 학교에 재능기부를 하는 등의 단발성 행사가 많다.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기도 해서 한국처럼 다년간 굵직하게 사회환원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거의 없다.

한국 문화재 사업에 대해 센트럴(본사)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까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업이 예산을 줄일 때 가장 쉽게 삭감할 수 있는 부분이 사회환원 사업 부문인데, 여기에 본사가 손을 댄 적은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해왔으니 앞으로 주겠다는 식의 기계적인 예산 배분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매번 구체적인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대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관련 내용을 사전 공유하면 본사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인 외국계 회사들은 본사가 지침을 주고 승인을 해주지만 우리는 개별 지역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준다는 특이한 면이 있다.

또 한국은 초기부터 워낙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가 확실했다 보니 본사를 설득하거나 내용을 이해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도 있다. 게임과 e스포츠가 문화로 자리잡은 한국은 게임을 론칭하기 이전부터 라이엇게임즈에 의미가 컸던 지역이어서,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받은 사랑을 한국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본사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 정도까지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은 것도 분명하다. 특히 국외 문화재 환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인연을 위해 수억 원의 돈을 그냥 묵혀놓는다는 점에 있어서 기업에게는 쉽지 만은 않은 결정이다.

아울러 지금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한국대표님들의 영향도 컸다. 현재까지 라이엇게임즈에는 3분의 한국대표가 계셨는데, 3분 모두 사회환원 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셨다. 지금 계신 박준규 대표님도 마찬가지다."

◆내부 평가나 플레이어들 반응은 어떤가.

"내부 직원들은 이 프로젝트가 처음 정해져서 외부에 공개된 날부터 회사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는 분위기다. 우리 회사 이름이 좋은 일에 오르내린다는 거에 자랑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문화재 사업은 환수나 보수 등 문화재 자체를 지원·보호하는 사업과 플레이어 참여 활동, 내부 직원인 라이어터들의 참여 활동, 크게 이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문화재 보호 활동이 참 좋다고 느끼는 게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보니 모두가 혜택의 대상자가 되고, 내부적 사기도 올라간다.

관련 자원봉사 등도 많이 한다. 유적지에 찾아가 잡초도 뽑고 낙엽도 쓸고 그때그때 필요한 일들을 한다. 참여가 강제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단체로 갈 때도 주말이 아닌 평일 업무시간에 가기 때문에 직원들도 자신의 개인 시간을 뺏기는 느낌이 아니라 우호적으로 참여한다.

라이엇게임즈 임직원들은 지난 5월 30~31일 1박 2일 간 전국 각 지역의 문화재 및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라이어터 문화재지킴이 캠프'를 진행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또 문화재 환수 등에 성공했을 경우, 플레이어들도 자신이 문화재 보호에 일조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 이 활동의 주체가 됐다는 느낌을 받는 플레이어가 많은 것으로 안다.

가령, 최근에 SNS에 환수 소식을 알렸을 때도 '내가 스킨을 사는 이유야' '스킨은 잘 샀네' 등 댓글을 다시면서 본인이 참여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플레이어분들이 많았다.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역사교육, 1박 2일 캠프, 지방 서원 등 유적지 방문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이용자들로부터 역사 얘기나 문화유산 얘기를 쉽게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우리가 보기엔 역사 쪽에 있어서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이 된 부분이 많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우선 올해 해외 문화재 환수나 청소년들의 역사교육 지원 등 기존 활동들을 계속해서 이어가려고 한다. 이와 동시에 무형문화재 분야에 한번 힘을 써볼 계획이다. 무형문화재 중에서도 취약 종목을 지원할 생각이다.

또 한국 전통문화대학교라는 전통문화 관련 특수대학교가 있는데 문화유산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사회와 연결해주는 인턴십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무조건 조선, 고려 등 전통시대 문화유산을 다뤄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히지 말아야겠다고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근현대 문화 쪽에 손을 댔고, 이상의 집 리뉴얼을 하기로 결정했다. 리뉴얼은 최근 이뤄졌다.

고민은 항상 백지상태에서 한다. 기존 활동 외에도 새로운 거로 어떤 게 필요할지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조언을 많이 받는다. 민간을 돕는 부분은 어떤게 필요할지 물어봐서 정한다."

◆마지막 한마디를 전한다면.

"사실 이 프로젝트는 라이엇게임즈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프로젝트다. 파트너가 같이 고민해주고, 우리 플레이어들이 같이 뛰어줘야 굴러갈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라이엇게임즈만 혼자 칭찬 듣는 것 같아 죄송하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라이엇게임즈와 같이 뛰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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