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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의 갑작스런 수장 교체는 여러 모로 생각해볼 여지를 갖는다. 관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그룹의 경우 보통 정기인사를 통해 계열사 사장단을 일괄적으로 교체한다. SK의 경우에도 불과 두세 달 전에 그룹 정기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SK컴즈 대표 교체는 그 이후 돌발적으로 결정됐다고 볼 수도 있다.

돌발적인 경우는 당사자가 세상이 알만한 큰 과실을 범했거나, 큰 과실은 없지만 그룹 최고 인사권자가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경우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이번 사례는 아마도 후자의 경우로 보인다.

취재 결과 이번 SK컴즈 대표 교체 배경은 좀 특별하다. 그룹 상층부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그룹 최상층부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술자리에서 그룹 인터넷 사업을 크게 걱정했다고 한다. "희망이 안보인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그 발언 이후 전격적인 수술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와 관련 그룹 최고 책임자인 최 회장은 두 가지 점에서 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골자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겠다. 또 하나는 실효성 있는 글로벌 사업의 추진이겠다.

문제는 현재 그룹 형편으로 두 가지 다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미디어 환경에서의 이니셔티브를 따져보자.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이를 위해 충분한 포석을 깔아줬다고 볼 수 있다. 위성DMB에 수천억 원을 쏟아 부었으며, 유선망 확보와 IPTV 사업 진출을 위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또 그 전에 미니홈피 중심의 싸이월드와 검색 중심의 엠파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싸이월드가 잠깐 유행했던 것을 빼면 지금 어느 것 하나 쉬운 상황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SK텔레콤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이들을 측면 지원하는 형국이나 방통 융합 시장이 급변하는 추세로 보아 언제까지나 이를 장담할 형편은 아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그 답을 인터넷에서 찾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인터넷이라 함은 보다 큰 의미의 메가 플랫폼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급변하는 미래 미디어 환경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은 고객과 직접 만나는 플랫폼일 수밖에 없으며, 또 방통 융합으로 급성장할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담을 그릇 또한 플랫폼이기 때문.

SK는 이미 유무선 네트워크와 방송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전체를 아우를 메가 플랫폼 완성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최 회장은 판단했을 수 있으며, 그 고민의 중심에 인터넷이 있는 셈이다.

방송통신미디어 분야의 글로벌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에 힐리오라는 이름으로 이동통신재판매 사업과 싸이월드 사업이 진출해 있고, 베트남 이동통신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는 소식은 없다.

한국에서는 경쟁 그룹인 삼성과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급변하고 있지만 SK의 경우, 애는 쓰고 있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특히 통신사업의 경우 해외 진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고, 해외 유명 통신사업자들도 다른 나라에 진출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도 막무가내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글로벌 아이템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게 콘텐츠를 담을 강력한 인터넷 플래폼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이건 최 회장이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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