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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네이버가 소송으로 던진 질문


네이버가 기어코 ‘칼’을 뺐다. 대상은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다. 그와는 “네이버 평정”이라는 발언의 진위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그러다 이번에 그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진 의원도 법정에서 진실 싸움을 펼칠 방침이다.

그런데 기업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건 드문 일이다.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뒤탈을 우려해야 하고, 만약 패하기라도 하면 ‘괘씸죄’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어지간하면 서로 덮고 넘어간다.

네이버를 이처럼 다급하게 만든 것은 네티즌의 시선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촛불정국이 형성되면서 나라 전체가 극심한 분열 상태에 빠지고 그 불똥은 포털 사이트로도 번졌다. 다음은 진보, 즉 네티즌 편이고, 네이버는 보수, 즉 권력자 편이라는 시선이 확산된 것이다. 이런 시선은 다음이나 네이버, 그리고 인터넷 업계 어느 곳에도 절대 유리할 이유가 없다.

특히 네이버로선 그 시선이 억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좀 과장해 이야기하자면, 그저 돈이 최고인 기업일 뿐이다. 이윤 추구가 제1의 가치인 주식회사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네티즌한테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일반 언론처럼 보도나 논평을 통해 정치적 이슈를 주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좌네 우네 하는 정파싸움에 끼어들어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럴 이유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건 네이버가 가장 경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두 회사는 정치적 당파성에 휘말려야 했다. 특히 네이버는 네티즌으로부터 권력에 굴복했다는 의혹의 눈길을 사고 있다. 그것은 네이버란 배를 띄운 바다를 잃는 것과 같다. 바다를 잃은 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자신의 처지가 그렇다고 본 것이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잠깐 비유를 해보자.

대지가 있다. 사람들이 그 땅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씨가 자라 곡식을 거둔 뒤 어떻게 나눌지 논란을 벌인다. 주로 오른 쪽에 앉은 사람들은 능력대로 나누자고 하고 왼쪽에 앉은 이들은 균등하게 나누자 한다. 그래서 좌우가 갈린다. 그렇다면 밭의 역할을 했던 땅은 좌인가, 우인가.

이 물음이 얼마나 우문인지는 삼척동자도 알듯하다. 네이버는 지금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런 우문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황당한 상황에 몰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상황으로 몰리게 된 첫 단추가 진 의원이라고 보기 때문에 진 의원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었을 게다.

네이버는 의심하고 진 의원은 부인하니 법률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률적 진실이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포털에 색깔이 씌워진 게 오로지 진 의원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도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네이버도 그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럼에도 모진 길을 선택한 건 억울한 입장을 한 번이라도 더 말할 수 있는 길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색깔론은 언제나 이렇게 모두를 대책 없이 극단으로 몬다. 색깔은 독선에서 태어나는데 그건 정치가 아니라 파괴다. 우리 정치와 사회는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 인터넷에마저 “너는 무슨 색깔이냐”고 따져야만 직성이 풀릴 만큼 극단적 퇴행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번 네이버의 소송은 “과연 그게 옳은 일이냐”고 되묻는 형식일 수 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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