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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또 하나의 실험, ‘민주주의 2.0’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사이버 토론마당 ‘민주주의 2.0’이 닻을 올렸다. 막 문을 열었지만 방문자가 쇄도하는 듯하다. 특히 아이디 ‘노마드’가 ‘미국발 금융위기, 대공황의 시작인가’라는 발제문을 내놓자 여러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즉각 반론이 제시됐다. 아이디 ‘노동자’다. 그는 노공이산의 논리적 모순을 파고들었다. 시장의 자유를 지지하면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이야기다. 시장 자유와 국가 개입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노동자는 따라서 노공이산이 ‘공정한 시장’을 말하려면 “나는 시장주의를 지지한다”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시장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했어야 옳다고 공격했다.

노동자의 의견에 즉각 재반론이 제시된 것은 물론이다. 그 긴 토론을 여기에서 다 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민주주의2.0(http://ptest.democracy2.kr/)에 들어가면 미국 금융 위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토론 내용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여기서 고민해보고자 하는 건 ‘민주주의2.0’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이트 출범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신경전이 팽팽한 듯하다. 특히 여당은 노 전대통령이 정치에 복귀하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고 잔뜩 주시하는 모양이다. 또 이 사이트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온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 측은 순수한 시민운동 차원이라고 이런 시각을 일축하지만 논란은 지속될 듯하다.

이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인한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이 두 패로 나뉘었다. 인터넷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쪽과 인터넷의 부정적인 면을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쪽이 있다. 전자는 인터넷이 집단지성의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 규제보다 표현의 자유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고 보는 반면에 후자는 ‘인터넷 전염병’의 폐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강력한 규제를 통해 인터넷 세상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인터넷에 양쪽 속성이 다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원자 과학을 놓고 어떤 쪽은 인류를 말살하는 무기로 쓰고 다른 쪽에서는 대체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 점에서 ‘민주주의2.0’이 또 하나의 유익한 새로운 실험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하고 싶다.

주목 하는 이유는 대충 세 가지다. 첫째, 이 사이트의 경우 시민운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비롯한 기존 상업 인터넷 사이트와 구별된다. 둘째, 기존 시민운동 사이트가 대중성을 획득하기 힘들었던 것과 달리 이 사이트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초기에 큰 대중적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셋째, 그러면서도 클릭수에 매몰될 수도 있는 상업 사이트와 달리 상당한 수준에서 관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렇잖아도 정치적으로 의심받고 있기 때문에 욕설이나 단순 비방 혹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 같은 행위는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품격 있는 토론이 진행될 여지가 일단 높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의견에 즉각 반론을 개시한 아이디 ‘노동자’도 이 점은 높게 샀다. 그는 노공이산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기에 앞서 먼저 “웹상에서 전직 대통령과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의 거대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하였다. 노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2.0’ 관리자들은 인터넷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받는 숙제 또한 스스로 떠안은 셈인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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