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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누군가 대통령을 '쥐'라 표현하면…


이른바 '사이버 모욕죄'라는 것에 걸릴까, 어떨까.

'사이버 모욕죄'는 '촛불정국' 이후 법무장관이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다. 최근 한 연예인의 자살 이후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국정 감사에서도 의원들 사이에 격론이 일고 있다. ‘정치적 다수파’가 이에 찬성하는 편이며, ‘정치적 소수파’가 이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사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보통사람이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는 별로 없다. 특정 상대한테 특별히 나쁜 감정을 갖고 있어 그를 해할 목적으로 갖은 방법을 동원해봤던 사람이나 특수한 정치적 목적으로 온갖 것도 다 할 수 있는 극소수를 뺀다면 이 법의 존재여부가 보통사람에 영향을 미칠 까닭이 별로 없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하수상하여 보통사람에게도 궁금해 할만한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위의 질문이다.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고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도 극소수다. 현직 대통령을 다룬 뉴스마다 그를 '쥐'로 표현한 많은 댓글을 봤을 게고 때론 심적으로 호응도 했을 법하다. 수를 셀 순 없지만 홧김에 비슷한 표현을 한 이도 적다고 볼 수만은 없다. 물론 그런 글을 보면서 세상 참 큰 일났다고 생각했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도 사람인 한 이런 표현에 엄청난 모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왜 아니겠는가. 용 호랑이 봉황 등 하구 많은 동물 중에서 하필이면 쥐라니. 게다가 많은 경우에 좋지 않은 어감의 욕설까지 덧붙이지 않는가. 따라서 대통령도 형법이 정한 바에 따라 얼마든지 법에 구제를 요청할 수도 있겠다.

다만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구제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법에 따라 고소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고 몇몇만 골라 고소하기도 그렇고 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자연인이 아니라 공인(公人)인 까닭에 섣불리 대중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할 수도 없겠다. 소송할 경우 풍자마저 모르는 멋대가리 없는 정치인으로까지 낙인찍힐 게 뻔하지 않는가.

그런데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되면 달라진다고 한다. 모욕당한 사람이 고소할 필요도 없이 검찰이 알아서 인지 수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검찰이 자의적 수사를 통해 '쥐 타령'을 특히 많이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골라 사이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형식적으로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은 아니라고 할 테니 과거처럼 그가 욕먹을 이유는 없어지는 셈이고 일벌백계 효과는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친 우려겠지만 많은 네티즌 또한 그런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쥐'라 표현하는 대신 '주+l'로 바꾸어 쓴다거나 하는 게 속으로 뭔가 찜찜하고 불안한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정치 풍자는 사실 강렬할수록 재밌다.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 국가가 아니라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볼 때 아주 심한 모욕으로 여겨질 만한 것도 정치인에게라면 풍자란 이름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 된다. 그 풍자가 자연인에 대한 모욕의 효과보다 공인의 올바른 자세를 다그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런 풍자가 시민을 정치적으로 교육하는데 실효가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하는 측은 그 법이 도입됐을 때 현직 대통령을 ‘쥐’로 언급하는 게 위법하여 처벌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대중한테 정확히 알려줄 정치적 의무가 있다. 그것을 국민을 대신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또 만약 대답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면, '쥐' '쥐님' '쥐박이' '쥐**' 등등 수많은 표현 가운데 어느 건 위법이고 어느 건 적법한 지 용례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인에 대한 비유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보통사람의 엉뚱한 죄를 줄일 수 있지않겠나.

가능하면 횟수까지 명기해 주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한두 번은 괜찮고, 몇 차례 이상이면 모욕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든지. 그렇게 정밀하게 법이든 고시든 만드는 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지는 더더욱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굳이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그 정도 기준은 있어야 할 것 같기에 해보는 소리다.

그렇지 않으면 법 적용이 그야 말로 법관 마음대로일 것이고, 그런 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이현령비현령'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겠는가.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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