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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2.0


21세기 이전에, 아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이라는 숫자는 둘이라는 뜻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저 아라비아 숫자였을 뿐이다. 이 숫자가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이 변하면서다. 인터넷의 속성이 원래 그러하지만 ‘개방과 참여, 그리고 공유’라는 가치를 더 구체화하는데 2.0이라는 숫자가 상징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1.0)과 다른 혁신이란 의미를 숫자로 상징화한 것이다.

2.0이 하필이면 인터넷으로부터 출발한데는 어떤 필연이 있는 것 같다. ‘개방과 참여, 그리고 공유’라는 시대정신이 유의미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공간이 인터넷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2.0의 키워드는 ‘공유’다. 이를 위해 ‘개방’과 ‘참여’라는 게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공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각자 소유하는 것보다 인간한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가치 있다.

유물관을 중심으로 한 1.0 세계는 공유건 사유건 어찌 보면 제로섬 게임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총량은 정해져 있다. 그것을 어떻게 나눌까를 놓고 공유와 사유가 대립했던 것이고, 공유든 사유든 나눈다는 자체는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총량이 늘지 않기 때문에 나눔에 따라 몫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작아지는 게 필연이다. 조화보다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21세기 2.0의 공유가 20세기 유물관점을 기반으로 한 공유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2.0의 공유가 어느 정도 시대정신으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것은, 총량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1.0 세계의 철칙이 어느 시대나 모든 것에나 통하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부분적으로 실증해보인 까닭이다. 다시 말해, 나눌수록 커지는, 그래서 인류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나눌수록 커지는 역설이 가능한 까닭은 공유 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0이 생산수단을 공유 대상으로 했다면 2.0은 우선 대상이 지식과 정보다. 여러 실험 결과 아직 혼선은 있지만 지식과 정보는 나눌수록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사유하지 않고 공유함으로써 누구나 다 더 큰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 보인 것이다. 위키피디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2.0의 공유 또한 인류가 창조한 것인 만큼 완벽하거나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는 그저 실험을 계속하게 될 뿐일 것이다. 그런데 부분적으로나마 나누어서 더 커지는 실재를 확인한 만큼 이보다 훨씬 좋은 새로운 어떤 것이 출현했다면 모를까 이쯤에서 그만둬야 할 이유는 전혀 없겠다. 오히려 사회 각 주체가 2.0의 내용을 심화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마땅한 일 아닌가 싶다.

그 점에서 각 주체가 세 가지를 진실로 고민하였으면 한다.

우선 2.0이 공유를 핵심 가치로 여긴다 해서 누구한테나 무엇에나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개방을 해 누구나 참여하게 하되 원치 않는 자에게까지 참여를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지식과 정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영역에서 사유도 제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대표적인 폐해가 저작물에 대한 무분별한 불법복제다. 그건 공유를 가장한 강탈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2.0이 인류에게 의미 있는 건 공유를 통해 가치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유의미한 가치다. 개방된 공간에 참여해 서로 나눔으로써 키워야 할 게 그것이다. 쓰레기가 아니다. 개방된 공간은 참여자와 무관한 게 아니다. 참여자에게 큰 가치를 되돌려줄 소중한 생산현장이다. 오늘 버린 쓰레기가 훗날 버린 자와 그의 자식에게 반드시 되돌려진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2.0에 대한 위정자의 인식이다. 2.0의 최고 가치는 공유다. 공유를 통한 가치의 무한 확대다. 기득권자는 이를 달가워할 리 없다. 경계를 허물고 개방되는 순간 그들의 권위는 급격히 추락할 수밖에 없다. 미네르바는 일기당천으로 굳건한 성 안에 있던 경제통들을 한꺼번에 볼품없게 만들어버렸다. 하물며 맞장을 떴다면 어땠을까. 백성은 미네르바와 공유하지만 기득권자는 공유하지 않는다.

오바마와 이 정부가 비교되는 것은 그런 차이 때문이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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