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균성]6개월 만에 3억 만드는 길


책으로 지으면 대박이 될 수 있지만 시절이 수상하고 모두 힘드니 여기에 공개한다. 이 방법은 어제 1년 만에 만난 지인한테 들었다. 그도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한다. 그러니 이미 많은 사람이 알 수도 있다. 물론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판단하기에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그도 간단치 않은 1년을 살아냈지만 이 비법 때문인지 그와 함께한 저녁은 오랜만에 유쾌한 자리였다.

며칠 전 대통령도 부자가 되는 비법을 공개했다.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고 했다.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는 이야기다. 고맙게 들었다. 그런데 고깝게 듣는 이도 적지 않았던지 논란이 일어났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달을 가리키는)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고 기사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말이다. 그럼, 고맙게 들은 이는 뭐되나.

더 웃긴 일도 있었다. 얼마 전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은 ‘핵심관계자 대 미네르바’라는 칼럼을 썼다. 사실과 상상력을 섞은 풍자 칼럼이다. 서 위원은 칼럼 머리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당국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찾은 것은 그를 벌주거나 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 관료로 기용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적었다. 사실이라면 적지 않은 뉴스였다. 역시나 추종보도가 있었고 정치권은 논평까지 내는 촌극이 벌어졌다.

파문이 커지자 서 위원은 “칼럼은 (사실이 아니라) 풍자”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독해능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라며 혀를 찼다. 서 위원이 칼럼을 쓴 까닭은 청와대 관계자마저 현실 공간에서 익명을 즐기며 말을 남발하면서 공연히 인터넷의 익명성만 문제 삼는 구조를 풍자한 것이다. 찬찬히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원고 10매 밖에 안되는 글을 제대로 읽을 수도 없을 만큼 허둥댄 것이다.

26일에는 경향신문에도 재밌는 칼럼이 올라왔다. 노정태 포린 포리시 한국어판 편집장의 글이었다. 그는 당돌(?)하게도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면서 수입 에너지를 국산 에너지로 대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을 이 지면을 통해 공개하고자 한다”고 썼다. 해법이 뭔지 아시는가. “미분양 아파트에 젖소를 키우자”는 게 답이었다.

그는 “농담이 아니다”며 자못 진지하게 여러 자료를 들어 가능성에 대해 독자를 설득했다. 그는 그러면서 “처음에는 내가 직접 이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어볼까 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이 사업은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장관,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을 담당자로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며 끝맺었다. 기막힌 반전이다.

진짜 웃긴다.

시절이 복잡할수록 웃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김신배 사장에 따르면 SKT가 ‘되고송’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라 한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되는 일 없는 요즈음이지만 절망하기보다는 마음을 넉넉하게 먹고 삼가며 성실하게 지내면 햇볕 들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유명 칼럼리스트들이 스스로 광대가 돼 풍자 대열에 동참한 것도 그런 마음이려니 싶다. 그러니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이도 짜증낼 일만은 아니다. 그게 다 백성을 위한 보시려니 생각하면 될 일이다.

제목만 보고 클릭한 분들은 후회하고 실망할 수도 있다. 제목엔 함정이 있다. 그래서 오독하였을 분들도 있겠다. 제목에 있어야 되는데 없는 게 있다. 종자돈이다.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가 없다는 뜻. 또 ‘3억을 버는 길’이라고 쓰지 않고 ‘3억을 만드는 길’이라고 썼다는 점도 오독할 배경이 된다. 답은 “웬만한 펀드에 6억원을 투자하면 된다”이다. 제목은 그래서 버는 게 아니라 잃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 경제 상황이나 시황으로 본다면 이 답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올 1분기였다면 상당히 가능한 이야기다. 추측하기에 어제 저녁을 같이 한 그 친구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거고 그 참담한 현실에 허탈한 농담과 소주를 섞어 마시며 잊고자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망각이 아니라 처절한 깨우침이었던 것같기도 하다.

사실 보통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 제목과 같은 많은 유혹 속에서 산다. 휘황찬란한 광고 문구가 어쩌면 다 위와 비슷하다. 대통령마저 주식을 사라고 할 정도이니 돈에 혈안이 된 조직의 우수한 두뇌가 짜낸 아이디어는 얼마나 기막히겠는가. 제목에 낚인 분들이 그저 실망만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gslee@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균성]6개월 만에 3억 만드는 길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