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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Grassroots(풀뿌리)와 Open App(오픈앱)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2번가(2nd Street)는 중심가 중의 하나이다. 다운타운답게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야외 카페 자리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몽고메리역 네거리를 쉴새없이 오고가는 차량들….

2번가는 IT 관련 업체들이 많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마이스페이스 관계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몽고메리역까지 BART(바트, 지하철)를 타고 이동했다. 역에서 빠져나오자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이는 홈리스(homeless)들이었다.

늘 그곳에 자리잡은 홈리스였겠지만 2008년이 저물어 가는 미국 현실에서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서울역, 을지로 지하차도, 영등포역 등의 노숙자들과 겹쳐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혹한기에 빠져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들처럼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Grassroots'와 'Open App'이다.

Grassroots는 번역하자면 '풀뿌리'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풀뿌리 저널리즘 등등에 사용되는 단어이다. Grassroots는 2008년 연말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인용되는 단어중 하나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취재과정에서 미국인들은 모두 'Grassroots'를 두 세 번씩 언급했다. 제 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2008년 지구촌의 가장 관심을 모은 인물중의 하나일 것이다. 흑인이 미국의 첫 대통령이 됐다는 의미에서만 아니다. 그의 정치적 동력이 바로 풀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민중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이끌었다. 그가 당선되자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3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5, 10, 20달러씩 모아 오바마에게 기부했고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소통의 장으로 생각했다. 오프라인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네트워크를 기술적 진보로만 본 것이 아니라 소통의 진화로 판단한 것이다. 그의 입체적 소통은 미국의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시민의 권력'이 한단계 상승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당선된 이후 오바마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한 것도 소통의 장을 확대하는 일이었다. 체인지(www.change.gov)사이트를 개설하고 미국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를 이끌었다. 체인지를 통해 수많은 의견들이 올라왔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오바마 당선인이 직접 답변하는 시스템을 선보여 다시한번 미국시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Grassroots는 미국 시민들에게 혹한기의 힘겨움을 버티게 하고 희망을 꿈꾸게 하는 위로제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Grassroots와 함께 2008년 미국 인터넷비즈니스의 현재를 보여주는 단어가 'Open App(오픈 앱)'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시민의 참여를 확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비즈니스에 있어서 개방성의 확대를 보여준다. 비즈니스 권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2008년 미국 인터넷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 단어이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모바일까지 '오픈 앱'이 뿌리내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소스를 공개해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앱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인 이래 구글이 중심이 된 오픈소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애플의 '앱 스토어'는 모바일 분야에서 오픈 앱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개발자들의 앱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앱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언제든지 올릴 수 있고 이용자들은 쉽게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앱의 경우 100만건 이상 설치는 기본이며 개발자는 자신의 앱이 설치되는 비율에 따라 페이스북과 광고 수익을 나눈다. 많이 설치될 수록 앱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증가하는 모델이다. 이는 몇가지 측면에서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와 전혀 다른 모델임을 보여준다.

우선 비즈니스 권력의 분산이다.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는 '약육강식(弱肉强食)' 모델이었다. 자금과 파워가 있는 업체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중소규모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파워게임이었다. 이런 모델에서는 비즈니스 권력의 수직계열화가 뚜렷하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부익부 빈익빈'이 초래된다.

'오픈 앱'의 시대는 이것과 차별화된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비즈니스업체는 오픈 앱 시대에 생존할 수 없다. 오픈 앱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개방성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하느냐가 경쟁력이다. 따라서 오픈 앱 시대의 권력은 수직계열화가 아니라 수평구조이다. 계약관계가 아닌 동반자관계로 자리매김된다.

수익도 마찬가지이다. 수직계열화 비즈니스에서는 특정 계약에 따라 '8대2, 7대3' 등 갑과을의 관계이지만 오픈 앱에서는 계약관계가 아닌 이용자의 선택에 따른 수익 공유모델이다. 특정 앱이 수백만건, 수천만건 설치되면 그 설치되는 비율에 따라 수익이 나눠진다. 이런 비즈니스에서는 이용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미국은 지금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정치적으로 희망을 품기에도 너무나 버거운 현실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미국 시민들은 그러나 'grassroots'와 'open app'으로 희망을 나누고 있다.

어깨가 갈수록 처지고 있는 우리에게…정치적으로든 비즈니스로든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단어가 남아 있을까.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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