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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침대에 누워있는 '미네르바'
2009년 01월 14일 오후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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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한 마리가 침대에 누워있다. 바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한 동안 창고 속에 쳐박혀 있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잘 알려진 얘기긴 하지만, 잠시 되짚어 보자.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아테네 교외에 살고 있던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곤 했다. 그런 다음엔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키가 클 경우엔 잘라 죽이고, 짧으면 다리를 늘려 죽였다.

요즘 미네르바를 대하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프로크루스테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처음 미네르바를 체포한 검찰은 그가 무직에 공고 출신이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대수롭지 않은 인물이란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했다.

검찰 발표 직후 '진위공방'이 제기됐다. 그러자 곧 "직접 경제 기사를 써보라고 했더니 그럴듯하게 써내더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고도 모자랐던 것일까? 미네르바 때문에 무려 20억달러의 외환 손실을 봤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29일 아고라에 올린 '정부, 달러매수 금지 긴급공문 전송'이란 글 때문에 달러가 급등했고, 급등한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외환보유액 20억달러가 소진됐다는 것이다.

이 쯤되면 검찰의 잣대가 왜 왔다 갔다 할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별 인물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그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 가장 다른 것은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과학 연구 논문들은 결과를 확률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현상을 전적으로 한 가지 변인으로 설명해버리는 오류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과학자들의 논문에 '한계'를 명확히 밝히고, 가능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것은 꼭 학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건을 한 가지 원인으로만 설명하려다 보면, 논리비약으로 이어지게 된다.

검찰의 20억달러 환차손 주장이 꼭 그랬다. 미네르바의 글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변인들은 무시해버렸다. 이만저만한 논리 비약이 아닌 것이다. 왜 그랬을까?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는 검찰이 왜 이런 논리 비약을 하고 있는 걸까?

그 해답을 찾으려다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떠올리게 됐다. 그건 검찰의 논리력 부족 때문이 아니란 것이다. 미리 정해놓은 잣대에 맞추려다 보니, 남들 보기엔 다소 무리한 설정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들고 나온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침대 위에 묶이지 않기 위해 외출을 삼가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고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논객들이 서둘러 몸을 감추고 있다는 소식 말이다.

조금씩 들려오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미네르바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상당히 당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내가 연쇄 살인범도 아닌데…"라고 토로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프로크루스테스에게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었다. 그는 세상사에는 수 많은 정답과 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미네르바로 대표되는 일련의 사건에서 기자가 느끼는 불편함도 바로 이것이다.

기자는 미네르바의 무죄를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미네르바가 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부나 검찰의 시각과) 다르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최고 덕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21세기에 어울리는 물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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