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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KT와 SK텔레콤의 2% 부족한 기자회견


이석채 KT 사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 KT-KTF 합병의 당위성과 부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석채 사장은 KTF와의 합병은 유무선 통합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이고, 무엇보다 침체된 IT를 재도약하게 하려면 KTF와의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오히려 필수설비보유 사업자에 대한 구조분리가 글로벌 트렌드이고, KT-KTF 합병은 IT의 경쟁력을 낮추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KT가 말하는 해외사례는 '08년 기준 OECD 30개 국가 중 26개 국가(87%)에서 합병이나 100%자회사, 지분율 증가 등 통합화가 이뤄졌다는 데 근거한다.

단일기업이 유무선통신 모두를 제공하는 국가가 이탈리아 등 11개에 달하고,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거나 이동서비스를 하는 국가가 미국 등 11개국이나 되니, KT-KTF 합병은 유무선 통합시대에 당연하다는 얘기다.

반면, SK텔레콤이 말하는 해외사례는 필수설비에 대한 것이다.

필수설비란 시내 가입자망(관로, 통신주(通信柱), 케이블)을 말하는데, 경쟁회사들이 새롭게 깔려면 최소 40조원이 들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SK텔레콤은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유선 가입자망을 보유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구조분리가 추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역행해 KT와 KTF를 합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사가 든 해외사례가 다른 것은 필수설비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KT는 한국전력의 전주나 케이블망(HFC) 등 대체재가 있으니 필수설비 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SK텔레콤은 대체망이라고 하기에는 KT의 10분의 1도 안되고, 필수설비는 가입자망 고도화의 기반이 되니 경쟁력 차이가 FTTH 같은 신규망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KT와 SK텔레콤 모두 자기 입맛에 맞는 해외 사례를 택하다보니 발생한 일이다.

여기까지는 통계 채택의 한계라고 하더라도, IT와 융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통신요금인하법을 두고 상반된 견해를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설명이 없거나 자신이 휩싸인 논란에는 "전혀 문제없다"는 시각을 드러낸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석채 KT 사장은 "합병하면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 대신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통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기업인들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통신사가 투자하면 곧바로 후방산업이 동반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이석채 사장이 비판했던 (정부가 서비스사업자를 허가하면 통신사가 투자하고 이를통해 단말기와 장비가 동반성장할 것이라는) 'IT839'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경영체제가 도입되는 통합법인에서는 KTF가 속하게 되는 개인고객부문 역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신경쓰지 않고 투자에 집중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유선이 침체된 상황에서 무선이 합병KT의 성장동력인데….

SK텔레콤은 케이블TV업체 등 이동전화 재판매(MVNO)사업자들이 요구하는 MVNO 도매대가 사전규제 논란에 대해서는 피해갔다.

KT의 필수설비 지배력이 문제여서 합병을 반대하는데, 시내망이 분리되면 이동전화 경쟁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는 MVNO를 '적극' 용인할 거냐는 질문에 담당 임원은 "국회에 관련 법이 제출돼 있고, 우리는 한 번도 반대한 바 없다"고 답했다. MVNO 도매대가를 사전에 규제해 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재판매 사업자들의 요구를 모를 리 없는 데도 말이다.

KT-KTF 합병 논란을 유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무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싸움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일 KT가 KTF 합병인가서를 제출했다. 이에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합병의 장단점을 되짚어 네트워크와 서비스, 콘텐츠 시장의 선순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묘책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IT와 융합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요금혜택 등 소비자 후생이 늘어나려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지 찬찬히 따져보길 기대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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