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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인터넷을 쟁여 장롱속에 넣자


인터넷을 착착 접어 장롱에 숨겨봄은 어떠한가?

우리 앞에 놓여있던, 자유로운 소통의 장(場)이었던 인터넷이 칼이 돼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을 칼로 만드는 자(者)들은 국회에 있는 높으신 위정자(爲政者)들이다. 높으신 분들이 하시는 말씀에 무식한 백성들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겠는가.

먼저 성윤환 의원께서 내놓은 인터넷사업자의 '모니터링 의무화' 말씀이 계셨다. 이 조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불법 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하여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되는 정보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이렇게 살아야 한다.

우선 인터넷에 '건전 정보'만을 써야 한다. 실용정부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금 이 시절, 무한한 행복과 국민의 웃음이 넘치는 시대라고 써야 한다. 만약 '불법정보'를 쓰게 되면 곧바로 인터넷은 당신에게 칼이 된다.

그 글을 쓰고 몇시간, 아니 몇분 뒤에 당신이 있는 그곳에 '빅브러더(Big Brother)'가 도착해 있을 지도 모른다. 빅브러더는 당신에게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 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조용한 폐쇄 공간으로 안내할 것이다.

인터넷실명제,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인터넷을 꼭꼭 포개 장롱안에 보관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실명제이기 때문에 당신이 누구이며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이 인터넷서비스업체에 당신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인터넷업체들은 곧바로 제공한다.

그것은 전시통신사업법에 명시돼 있다. 전시통신사업법에는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지금까지 검·경의 자료요청에 "안돼요!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고 절대 내 줄 수 없어요"라고 용기있게 버틴 업체는 한군데도 없다.

그러니 당신이 특정 서비스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순간 검찰과 경찰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에 따라 당신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불법정보'를 휴대폰으로 썼다고 안심하고 있다면 큰 코 다칠 일이다. 이 경우를 대비한 관련 법률이 또한 국회의원분의 대표발의로 제출돼 있다. 이한성 의원님이 제출한 법안으로 통신 사실 확인자료 조항에 개인휴대 단말기의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것이 추가됐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의 반경 5m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당신이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 있든 5m 오차범위내에서 당신의 위치가 포착된다.

그러니 실용정부의 찬란한 이 시대에,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혹은 '검찰과 경찰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국회의원분들의 고매하신 인격을 훼손하거나' 하는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될 위험성이 있는 글은 쓰지 말아야 한다.

어째 그럴 수 있냐고? 내 위치정보나 내 글이 문제가 되면 사법부의 영장이 기본이지 않느냐고 우기고 싶은가. 당신은 지금 무척이나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인정보 제출과 감청 조항들은 영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신속한 행동을 위해 높으신 자(者)들이 영장없이도 가능하도록 친절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정말 잘 생각해야 한다.

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걸고 용산참사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내놓는 것은 가급적이면 삼가는 것이 좋다. 그것보다 더 매력적인 뉴스가 얼마나 많은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친절하게 안내해 줬듯 '용산참사보다는 살인마 강모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한 이용자가 "요즘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 정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 답답하고 짜증난다. 이 정권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불법정보' 위험성이 있는 의견을 올렸다고 치자. 이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지 말아야 한다.

만약 위 의견에 '맞습니다. 답답합니다'라는 짧은 의견을 달게 되면 당신은 '공모공동점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정부에 비판적이고 혹 문제가 될 만한 게시글에 대해서는 일절 삼가는 것이 좋다. "그 정도의 글을 두고 불법정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의문을 표할 수 있다. 무엇이 불법정보인지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정부가 '그것은 불법정보'라고 판단하면 불법정보가 되는 것은 명확하다. 그렇기에 가능한 정부 비판적 글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하는 것이다.

대신 조용히 인터넷을 떠나 산속을 산책하거나 혹은 책읽기를 권해 드리고 싶다. 가슴속에서 불같이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어느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는가.

장롱속에 꽁꽁 챙여놓은 인터넷은 시대가 변하고, 잃어버린 땅에 봄이 찾아오면 그때 펼쳐봄이 어떠할 지 감히 권해 드리고 싶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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