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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방통위의 과도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KT 봐주기'는 좀 심하다.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자는 건 어디까지나 기업의 행위가 합법적인 경우에 한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일할 맛이 나도록 해주자는 게 본래 취지다. 부당하게 산업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까지 봐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정보통신부 시절에 조사한 문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KT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감면한 요금은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기간동안 총 1조3천억원 가량을 감면했는데 이중 80%가 부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KT가 이 사실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검찰 및 국세청과 합동으로 조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까지 판단했다. 한 마디로 KT의 부당한 요금 감면이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한 것이다.

당시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통신위원회가 만든 문서에 따르면, KT는 또 요금감면을 통해 부당하게 자회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사내 역무 사이의 보조도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KT가 2003년에 이 사안에 대해 시정조치를 받고도 잘못된 것을 개선하려하기 보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당시 통신위원회는 판단했다.

그런데 정부 조직이 바뀌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 설립되면서 이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우선 과징금의 기준이라 할 부당 요금감면액 추정치에서 큰 차이가 난다. 1조원이 397억원대로 줄어든 것이다. 방통위 측 설명에 따르면 정권이 바뀌고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강조되면서 약관 위반을 곧이곧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 차별 같은 부당성이 증명되는 것에만 엄격히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제를 고려하면 방통위 생각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도 문제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여야 납득이 가는 일이다. 생각이 바뀌었다 해서 과징금 부과 대상 감면 금액이 1조원대에서 397억원 대로 줄어든다면 그야말로 그 조치라는 건 입맛에 따라 변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 기준을 믿고 과징금을 내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 조치에 승복하겠는가. "우리도 힘드니 봐 달라" 하면 앞으로 누구나 다 봐 줄 텐가.

요금감면을 통한 자회사 부당지원 문제도 그렇다. 옛 통신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KT가 자회사에 부당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방통위는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대체 뭐가 진실인가. 옛 정통부 보고서가 진실인가, 몇 달 뒤 발표한 방통위 보고서가 진실인가.

같은 사안에 대해 규제기관이 이처럼 상반된 자료를 순차적으로 만든다면 그 기관을 대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 기간동안 바뀐 게 무엇인가. KT의 요금감면 진실은 지난 일이므로 저 혼자 살아서 바뀔 리 없을 터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대하는 주체만 바뀐 것이다. 정권과 주무부처, 그리고 KT 사장이 그 사이 바뀐 주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배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이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없이 해명해야 한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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