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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언론의 반성도 듣고 싶다


"신문없는 정부보다는 차라리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토머스 제퍼슨의 이 말은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1조와 함께 많은 언론학도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명언이다. 서슬퍼런 군사 독재가 이 땅을 지배하던 시절, 언론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토머스 제퍼슨의 선견지명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많은 언론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다. 모 신문은 인터넷 사이트에 국화 꽃까지 달아놓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있다.

물론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언론들이 성심을 다해 애도를 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또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역시 당연히 언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런 지적들이 있는 모양이다. 당연히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판받아야 할 대상이 검찰 뿐일까? 검찰발로 나오는 각종 소식들을 무분별하게 받아적었던 언론들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최근 몇 개월 간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제대로 검증을 하고 쓰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분별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빨대'로 통하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인용한 폭로 기사들은 '노무현이란 한 개인'의 명예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려를 하고 있는 지 의심케할 정도였다.

(한국 언론들이 익명 취재원을 얼마나 많이,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를 보려면 언론재단에서 출간된 '한국 신문의 1면 기사'란 보고서를 한번 읽어보라.)

이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노무현 애도송을 불러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애도송'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불과 몇 개월 전 그들이 보여줬던 행태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최우선 책무는 권력과 각종 비리에 대한 감시 역할이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면,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비판과 무분별한 폭로는 분명 다르다. 언론이 블로그나 기타 개인 미디어와 다른 것은 바로 검증과 게이트키핑 과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동안 신문과 방송들이 소위 '노무현 불법 자금 수수'와 관련한 보도에서 보여준 행태는 비판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강준만이 '하이애나 저널리즘'이라고 불렀던 행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보 노무현'은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줬다. 그가 선택한 방법이 옳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그가 던진 질문은 우리들의 가슴 정중앙을 찌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던진 질문 중 많은 부분은 언론을 향해 있다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추모를 하는 것 못지 않게 그가 던지고 간 질문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나는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덧글) 글을 다 써놓고 보니, '나 아닌' 남들만 반성하라고 촉구한 것 같아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 여기서 언론들이라고 할 때는 아이뉴스24 역시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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