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반인이 경매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경매라고 하면 고가 예술품 거래나, 차압 딱지 붙은 주택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베이가 성공을 거두고, 또 국내에서 옥션이란 인터넷 경매업체가 등장하면서 이런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이젠 자그마한 물건들도 인터넷 경매로 사고파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수는 확신으로 승부한다'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제시하는 생존법칙들은 디지털 시장이란 단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결단보다 확신이다 ▲변화의 물결을 이해하라 ▲창조경영으로 주도권을 잡아라 같은 원칙들은 언뜻 보기엔 새로울 것 없는 듯하다. 실제로 웬만한 경영 서적들에는 이런 원칙들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책상물림의 단순한 이론들이 아니다. 삼성 임원을 거쳐 디지털 대표 기업인 옥션, 이니시스, 넷피아, 코글로 CEO로 일하면서 얻은 저자의 경험이 이 책의 밑 바탕에 깔려 있다. 여기에다 수많은 경영 고수들을 만나면서 공감한 경영철학을 덧붙여 9가지의 핵심적인 원칙들을 뽑아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드는 매력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 생존 법칙 중 가장 앞자리에 놓인 것은 바로 확신이다. 저자는 '확신' 없이는 어떤 원칙들도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이를테면 고 이병철 회장의 확신에 찬 결단이 없었다면 삼성의 반도체 신화는 채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삼성물산이란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당시로선 생소했던 옥션이란 인터넷 경매업체 CEO로 부임할 당시 디지털 경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한국 1세대 벤처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저자는 이 외에도 9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탁월한 경영학 강의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강의 속에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가 담겨 있다. 어쩌면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그 지혜인지도 모른다.
"기업경영을 하면서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일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과연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과 초조, 새로운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분야로 진출했을 때 성공할 것인가에 두려움까지 항상 두려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큰 적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 큰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두려움이 한번 엄습해 오면 끈질기게 발목 잡아 도전할 용기를 잃게 만든다. 모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인데, 경영자는 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적을 어떻게 대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201쪽)
(이금룡 지음/ 물푸레, 1만3천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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