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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웹2.0을 쇠락시킨 세 가지 적(敵)


한 때 인터넷의 최대 화두였던 ‘웹2.0’이 요즘 쏙 들어갔다.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UCC’ 또한 마찬가지다. 꽃도 피기 전에 시드는 형국이다. 이유는 둘 중 하나겠다. 웹2.0 열풍이 원래 뜬구름이었거나, 한국 인터넷이 뭔가 크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거나…. 불행히도 후자일 가능성이 많다. 웹2.0은 세 종류의 적(敵)에게 밀려 돌연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웹2.0의 개념은 1차원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터넷에 관한 철학이자 문화이며 기술이자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공간을 ‘개방’하고, 그곳에 이용자가 자유롭게 ‘참여’하며, 거기서 나오는 결과를 모두가 ‘공유’하자는 게 웹2.0이 그리는 세상이다. 따라서 웹2.0은 철학과 문화와 기술과 비즈니스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열린 공유 사회’가 웹2.0 세상이다.

웹2.0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웹2.0은 경쟁과 사유(私有)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주류 사회의 가치와 충돌한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웹2.0이 급격히 쇠락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웹2.0의 공유 철학은 주류에게 불손한 음모일뿐더러 현실 가능하지도 않다. 웹2.0의 주요 가치인 집단지성 또한 좌파의 음모나 젊은이의 치기(稚氣)로 비칠 뿐이다. 그건 규제와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웹2.0의 첫 번째 적은 ‘극단적 수구(守舊)세력’이다. 이들과는 말과 토론이 성립되지 않고 오로지 싸움만 있을 뿐이다.

웹2.0의 두 번째 적은 ‘몰염치한 돈의 세력’이다. 이들은 수구 세력보다 지능적이다. 수구세력은 전반적인 몰이해 속에서 웹2.0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그러나 돈의 세력은 한편으로 웹2.0 세상의 건설자이면서 돈에 대한 음험한 탐욕에 빠져 웹2.0의 속병을 키우는 근원으로 전락했다. 겉으로 웹2.0의 철학적 가치를 전파하는 척 하지만 사실 그 수단을 통해 사유를 키우려는 두 얼굴의 존재다.

이들의 이중성이야말로 웹2.0의 진정한 가치를 극단적으로 왜곡시킨 주범이다. 본래 웹2.0의 공유가 가진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무원칙하게 공유 마당을 펼쳐놓음으로써 참여자로 하여금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도둑으로 만든 게 그들이다. 그리고 지금 그 여지를 비집고 수구세력의 거침없는 공세가 자행되고 있는 거다.

세 번째 적은 ‘미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그동안 인터넷을 이용한 시민 상당수가 참여와 공유에 대해 후진적 사고를 갖고 있었다. 웹2.0에서 말한 참여와 공유는 21세기적으로 재해석돼야 한다. 웹2.0의 공유는 참여와 합의로 생기는 것이지 투쟁으로 쟁취하는 게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산(共産) 철학을 짧게 교조적으로 받아들였던 20세기의 인류가 범한 중대한 오점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저작권에 따라 사유가 인정되는 타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는 사고방식(사유재산 몰수)이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상대에게 욕을 퍼붓는 행동(인민재판) 등이 20세기 방식의 참여와 공유가 가진 오류다. 그 결과는 극단적인 무질서로 이어진다. 또 무질서는 독재자를 등장시키는 구실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 인터넷이 빠진 현실이 이와 비슷하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공유하고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까지 공유하려 했던 건 주로 상업적 콘텐츠였다. 타인의 소중한 재산을 그냥 공유해도 된다는 헛된 믿음이 형성됐었다. 클릭 한 번으로 남의 재산을 그냥 쓰는 게 참여로 여겨졌다. 그건 반칙이다. 인터넷이라고 적용돼야 할 예외가 아니다. 반칙이 횡행하는 공간은 유지될 수 없다. 상대의 끝없는 공격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웹2.0의 참여는 공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 실천과 연대의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 개별 참여자의 실천의 결과물이자 연대와 공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상업적 콘텐츠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통해 획득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정보 등일 수 있다. 이때 참여와 연대는 공유의 범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조직될 수 있다. 인터넷 전체로 볼 땐 수많은 공유 단위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개별적 노력과 실천(참여)은 아주 작고 미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대를 통해 공유하면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비유하자면 이렇다. 20세기 공산 사회는 전체 100을 100명이 똑같이 1로 나누는 방식이다. 사유와 경쟁이 지배하는 지금 사회는 전체 100을 능력에 따라 나누는 형태다. 어떤 이는 1이고 다른 이는 십수 개며 심지어 0일수도 있다. 웹2.0의 공유는 능력에 따라 조금씩 내고 원할 경우에 모두 100을 가질 수 있다. 웹2.0에서 공유의 산물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흘러나온다.

그 이유는 공유하는 대상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시대 생산성이 그 이전 시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분배를 위해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생산물의 구조적 속성이 그렇다. 그러나 정보시대 생산물은 공유를 전제로 한다면 무제한적인 분배가 가능하다. 그게 물질과 정신의 차이다. 그렇다면 지식이나 정보 경험 등의 정신적 산물은 공유돼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래서 지금은 공유에 대한 퇴행적인 관념 아래 좌우가 나뉘어 티격태격할 상황이 아니다. 각 단위별로 참여와 공유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전개돼야 하고,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때다.

사회는 확신이 설 때 크게 베팅하는 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불굴의 염원으로 노력하는 방식에 의해 조금씩 전진한다. '마르지 않는 샘물'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일부러 무시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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