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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이동전화 요금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논쟁 키워드는 두 가지다. 보조금과 요금.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만 되면 다시 불거진다. 매번 홍역을 앓듯 나라가 시끌벅적할 만큼 논란을 벌이지만 늘 해결책은 없다.

논쟁 방식도 ‘모 아니면 도’다. 보조금은 ‘금지’와 ‘허용’이 대립하며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요금은 ‘비싸다’와 ‘적당하다’가 맞서다 대충 타협한다. 이런 논쟁이 벌써 수년째지만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애초 답이 없는 문제인가. 있다. 답은 있으되, 아직은 가지 못할 뿐이다. 그리 갈 방법을 논해야 한다.

사실 논란이 되는 보조금과 요금은 서로 다른 두 문제가 아니다. 결국 하나의 문제다. 휴대폰 보조금에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요금도 비쌀 수밖에 없다. 여기에 풀리는 돈이 연간 수조원이다. 망나니처럼 풀린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느냐가 길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다.

최근에야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과 요금을 하나의 사안으로 보는 듯하다. 보조금을 요금할인 상품으로 돌리는 방안을 연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타협일 뿐이다. 억지로 용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본적인 해법은 폐쇄된 유통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다. 모든 논란의 근원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너무 오래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유통 시장은 3개 서비스 업체가 폐쇄적으로 과점하고 있다. 이 폐쇄구조에는 스스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물론이고 단말기 및 콘텐츠까지 포박돼 있다. 그 무엇도 이 폐쇄회로를 벗어날 수 없다.

이 기형적인 구조의 문제는 시장을 결정하는 요소가 딱 하나라는 점이다. 자본의 규모다. 그 크기에 따라 유통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달라지고 모든 게 끝나버린다. 이미 승부가 나 있다. 그러므로 경쟁도 없다. 그렇지 않고 시장점유율이 수년 동안 한 치도 변화 없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정도면 시장이라고 부르기에도 참 무색하다.

이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는 방법은 오픈 마켓을 도입하는 것뿐이다. 소비자는 서비스든 단말기든 콘텐츠든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존재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다면 그것은 비정상적인 시장이다. 우리 이동통신 시장이 그렇다. 서비스에 묶여 단말기도 콘텐츠도 선택을 강요받는다. 일종의 끼워 팔기다. 폐쇄구조를 이용해 다른 제품과 묶어 자신의 서비스를 강요하는 편법이다.

심지어 일정기간 서비스를 써주는 대신 단말기를 공짜로 받는다. 그게 보조금 아닌가. 이 구조가 빚은 최악의 결과이다.

유선통신 시장을 떠올리면 금방 비교가 된다. KT의 초고속인터넷을 쓴다고 반드시 삼성전자 PC와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이용해야 하는가. 또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쓴다고 LG전자 PC를 공짜로 주는가. 가끔 그런 판촉행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그러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 시장은 오픈 돼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장은 오픈돼 있다.

이동통신 시장도 그렇게 만들면 된다.

아이뉴스24가 이통 요금 해법으로 제시한 ‘유심(USIM) 칩 완전 공개’와 ‘MVNO 활성화’는 사실 오픈 마켓을 위한 첫걸음이다.

전문용어다 보니 좀 어려워졌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MVNO는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를 가리킨다. 서비스 제공사와 유통사를 분리하는 첫걸음이다. 한꺼번에 할 수 없으니 조금씩 해나가자는 뜻이다. 나중에는 양판점 형태의 오픈 마켓이 생길 수도 있다. 여기서는 서비스의 질과 요금이 적나라하게 비교된다. 소비자가 서비스의 요금과 질을 쉽게 직접 비교할 수 있다면 사업자간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유심(USIM) 칩은 사용자를 식별하는 칩이다. 이를 완전 공개한다는 건 서비스와 단말기의 유착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심 칩이 완전 공개되면 사용자는 서비스를 단품 형태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어떤 단말기도 서비스와 상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기술적으로 열리게 된다.

이 두 가지를 정책적으로 강력히 밀고 나가면 서비스는 서비스끼리 비교할 수 있어 사업자간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단말기는 단말기끼리만 비교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말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큰 경쟁 요소 가운데 하나가 요금이기 때문에 굳이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요금은 저절로 내려간다.

결국 보조금과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동전화 서비스 회사 중심의 폐쇄적 유통 구조를 완전 경쟁의 오픈 마켓 구조로 큰 무리 없이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찾는 데 있다.

그게 이석채 회장이 말한 '본원적 경쟁'이 진짜로 가야 할 모습이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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