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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IT 혁신, 기술은 변수고 서비스는 상수다


IT가 이름값을 하려면 변화와 혁신을 동반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은 IT의 상징 코드다. 우리 스스로 지난 10여년을 ‘IT 강국’이라 불렀던 것도 그 때문이다. 단순히 기술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사회 구석구석이 혁신적으로 바뀌는 걸 직접 목격하면서 우리는 IT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따라가기에 숨이 가쁠 정도였다.

요즘에는 어떤가. ‘IT 강국’이란 말은 좀 멋쩍고, 변화와 혁신이란 말도 낯선 상황이 됐다. IT가 한계에 부닥친 겐가.

사실 암담한 상황이다. IT 성장의 두 축이었던 이동통신과 인터넷 시장이 모두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다. PC나 SW가 그렇게 된지는 이미 오래다.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블루오션’은 어느새 답답하기만 한 ‘레드오션’으로 변한 것이다. 사실 시장이 그렇게 된 것은 IT업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굳이 이 정부가 IT를 홀대해서만은 아니다. 그건 어쩌면 달도 차면 기우는 순리일 뿐이다.

기술의 발전 과정을 보면 큰 틀의 구조를 바꾸는 ‘시스템 혁신’을 기대할 때는 아닌 듯하다. 와이브로 등의 기술이 아직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는 있지만 과거와 같은 시스템적 변화와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개념상으로 볼 때 IT의 정점이랄 수 있는 ‘유비쿼터스’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고, 지금은 그저 그 빈 퍼즐을 맞추는 정도의 효과만이 기대된다.

물론 기술의 문외한이 이렇게 예단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인정한다. 특히 기술을 모른 채 IT를 말하는 건 사실 공허하기까지 하다. 또 기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반론이 나오고, 그게 정답이라면, 오히려 바라는 바다. 진실로 그렇게 된다면, 우리 모두 좀 덜 허덕대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 형식은 계단 모양이고 지금의 상황은 계단의 평지와 같다는 가설에 근거 없는 믿음이 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지금 시장 상황은 정체 상태고 이 상황을 크게 돌파할 똑똑한 기술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과거 10여년과 분명 다른 것이다.

최근 정부가 청와대 직속 ‘IT 특보’라는 자리를 신설하고, IT 재도약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분위기가 뜨지 않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정체 상황에선 정부의 무리한 드라이브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대책은 두 갈래로 나와야 한다. ‘시스템 혁신’을 가져올 장기적 기술 과제를 도출해 추진하는 게 그 첫 번째다. 현재의 기술 발전 과정에서 빈틈을 꼼꼼히 메우는 단기적인 과제 창출이 두 번째다. 장기 과제는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민간 기업의 전문가 집단이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효과를 따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개발(R&D)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 과제는 관점의 변화가 요구된다. 기술 중심적 사고로는 메워야 할 빈틈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래서 필요한 게 서비스 중심적 사고다. 현재 기술로 수용자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요소밖에 없다. ‘재미’ ‘편리’ ‘유익’이다. 기술의 발전 과정은 평지지만 수용자는 아직 이 세 요소에 만족하지는 않고 있다.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는 길은, 서비스 중심적 사고, 그것 하나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정부나 기업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나 기업은 반대로 가려는 속성이 있다. 서비스 중심적인 사고보다, 정부는 관리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고, 기업은 마케팅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IT 업계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것도 '서비스 모드'가 아니라 '관리 모드'를 취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당연히 수용자는 위축되거나 뒤로 물러서게 된다. 시장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다.

그렇게 보면 비즈니스건 정책이건 기술은 변수이고 서비스는 상수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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