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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관음·노출증 앓는 인터넷


인터넷이 관음증과 노출증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다.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오락과 재미'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이유만으로 인터넷에 무차별 노출되고 있다.

오락과 재미를 지나 '고통을 즐기는 무대'로 사이버 공간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한 고등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누나, 사귀자"는 당돌하다 못해, 어처구니 없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유포돼 큰 파문이 일었다. 황당하다 못해 짜고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드는 동영상은 현장에 있었던 다른 친구가 촬영해 버젓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미니홈피란 한 개인의 모든 것을 다른 네티즌들에게 보여주는 또 다른 삶의 공간이다. 그 미니홈피에 '선생님 꼬시기'라는 설명으로 해당 동영상이 올라간 것을 보면 이 학생은 그 모습이 대단히 재미 있었거나 혹은 다른 네티즌들에게 보여주면 이른바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생각한 대박이 그런 것이라면 대박이다. 공개되자 마자 일파만파 포털, 동영상 포털로 확산됐다. 국내 수많은 언론사들이 기사화해 '이 지경까지'라는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다.

해당 학교는 파문이 확산되자 학생들이 '장난으로 한 것'이라 변명하고 나섰다. 여교사가 공포에 가까운 모습으로 덩치 큰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모습을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성희롱을 한 학생이나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학생들은 '선생님 꼬시기'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내용이 도덕적이든 않든, 사회적 비난이 있든 없든 그런 잣대는 안중에도 없었다.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하면 재미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가 모두였다. 심각한 노출증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인터넷은 남의 은밀한 곳을 훔쳐보고, 남의 고통을 즐기는 관음증의 공간이 된 지 오래됐다. 동료 학생들이 집단 구타를 당하더라도 말리기 보다는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공개하고,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관음증의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관음증을 너머 이제 자신의 잘못과 폭행, 성희롱까지 아무런 여과 없이 공개돼 마치 '나의 치부를 끝장 날 때까지 보여드립니다'는 노출증의 공간으로 빠져들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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