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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비즈니스위크 몰락이 던진 메시지


세계적인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창간호 커버스토리로 '주식 시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주식 시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였다.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29년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비즈니스위크의 경고대로 '대공황'이 시작됐다. 이처럼 미국 전역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대공황은 도리어 비즈니스위크에게는 명성을 안겨주는 계기가 됐다.

기자도 '비즈니스위크'를 쌓아놓고, 틈날 때마다 읽었다. 지난 1994년이었던가? 비즈니스위크 커버 스토리로 실렸던 '인터넷은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기사를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도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막 명성을 떨치던 아마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처음 접한 것도 비즈니스위크에서 였다.

이처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비즈니스위크가 결국 매각됐다. 인수자는 설립된 지 스물 여덟돌을 갓 지난 블룸버그통신사다.

사실 비즈니스위크 매각 소식이 유별날 것은 없다. 올해 들어 지난 9월말까지 광고 매출이 32%나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종이 잡지들의 상황이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비즈니스위크의 매출 감소세는 업계 평균인 20% 감소보다 훨씬 더 폭이 큰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몇 달 전부터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이 비즈니스위크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위크 매각 가격은 상당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블룸버그 측이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200만~5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25억~6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경영 상태가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가격이면 '헐값'이란 얘기가 나옴직도 하다. 2년 전 IT 전문 팀 블로그로 유명한 테크크런치가 C넷에 팔린다는 소식이 나돌았을 때 거론된 가격이 1천만달러였던 점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물론 부채와 구조조정 비용을 감안할 경우 블룸버그가 실제로 쏟아부을 돈은 1천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또 한 때 '상징적인 가격'인 1달러에 넘어갈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매각 협상은 나름대로 선방한 편이라고 평가해도 될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 세계 140개국에 470만 명 가량의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잡지가, 그것도 지난 80년 동안 경제 전문지로 확고한 입지를 다졌던 잡지가 힘 제대로 못 쓰고 넘어간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왜?"라는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터넷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그럼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 잡지들은 뭐란 말인가? 또 유독 다른 잡지에 비해 광고 매출이 급감한 이유는 또 뭘까?

이와 관련해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눈이 갔다. 비즈니스위크는 포브스나 포천 같은 경쟁 매체들에 비해 '뉴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격주간지인 포브스나 포천이 '분석'에 방점을 찍은 반면, 비즈니스위크는 '뉴스' 쪽에 좀 더 강조점을 뒀다는 얘기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위크에 '분석' 기사가 없을 리 없고, 포천 역시 따끈따끈한 '뉴스'를 외면했을 리 만무하다.)

인쇄 매체가 헤게모니를 잡고 있던 시대에는 비즈니스위크의 이런 편집 방침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월간지에 앞서는 속보성과, 일간지보다 깊이 있는 분석 역시 매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득세하면서 이런 장점들이 퇴색되기 시작했다. 독자들과 광고주들이 웹으로 눈을 돌리면서 약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유서 깊은 잡지 비즈니스위크의 몰락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미디어 융합 시대를 헤쳐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그리고 이런 해묵은 질문을 다시 되뇌이게 만든다.

"따끈따끈한 속보성 특종 기사와,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분석기사 중 어떤 것이 더 매력적일까?"

물론 이런 이분법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란 비판을 받기 딱 좋다. 당연히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종 없는 신문이 앙코 없는 찐빵이라면, 깊이 있는 분석 기사 없는 신문은 영양가가 쏙 빠진 찐빵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융합시대를 살아가는 미디어 종사자들은 꼭 한번씩 던져봐야 할 질문일 수도 있다. 매체의 정체성과도 무관치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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