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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IT 강국' 재현의 시금석


오랜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차라리 'IT 강국'이 아니었다면 덜 섭섭했을지 모른다. 'IT 강국'의 핵심 아이템으로 여겨질 법도 했으나 결코 기회는 오지 않았다. 10년 이상을 찬 바람 속에 지내야 했다. 한기를 몰아낼 한 줌의 볕을 쬐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 몰랐다. 오직 참고 또 참았을 뿐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주지하듯 한국의 이동통신 산업은 2세대 CDMA 서비스를 도입한 뒤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인구의 95%가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했다.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 그 사이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와 휴대폰 단말기 업체는 풍요의 단맛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 열기가 모바일 게임 업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온라인 게임 업계가 초고속인터넷 급성장의 단비를 맞고 무럭무럭 자라난 것과 비교해보라.

그런데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의 차이가 개별 기업의 실력 문제는 아닌 듯하다. 환경 문제라고 보는 게 옳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폐쇄성과 이로 인한 무선인터넷의 비활성화. 4천700만 명이 쓰고 있음에도 우리 무선인터넷 환경은 게임을 비롯한 모바일 콘텐츠가 크기에는 너무나 척박했던 것이다.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의 차이는 결국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의 개방성의 격차와 비례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에 봄볕이 내리쬐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 환경 차가 급속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이들에게 구세주는 한국의 정부나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니라 미국의 혁신적인 경영자 스티브 잡스였다. 그가 내놓은 세기적 수작 아이폰과 앱스토어가 세계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과 단말 시장은 물론 한국의 무선인터넷 시장에도 생존을 위한 ‘초고속 혁신’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 혁신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개방성이다.

아직 차이가 있긴 하지만 1위 업체인 SK텔레콤은 국내 시장에서 애플 앱스토어와 대적하기 위해 'T스토어'를 오픈했고, KT는 SK텔레콤을 공격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아예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텔레콤은 일찍이 개방형 인터넷인 '오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경쟁의 초점이 무선인터넷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만한 징후다.

이때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의 경쟁 포인트는 두 가지일 수밖에 없다. 초고속인터넷 월 사용료에 비견될 데이터통화료를 더 저렴하게 하는 것과 개방성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것. 3사 모두 이 방향을 향해 누가 먼저 서비스 체질을 바꾸느냐가 3.5세대를 거쳐 4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 게임 업체로서는 그야말로 큰 길이 뚫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선인터넷 개방 환경에서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의 경쟁력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는 듯하다. 초고속인터넷이 활성화한 뒤 온라인게임 업체가 그랬듯 말이다. 5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의 RPG 장르 판매 차트에서 국내 게임이 상위 10개 중 6개를 석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 이상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갈고 닦은 실력이 만만찮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봐도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결국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 단말과 장비 회사,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회사 모두 상생의 클 길로 나아가는 데 무선인터넷 활성화라는 커다란 숙제가 있는 셈이다. 정부 정책 과제 또한 이와 무관할 수 없다. 새로운 주파수 부여와 와이브로 활성화 등 굵직한 이슈 또한 결국에는 무선인터넷 경쟁 활성화와 연결되는 과제다.

결국 모바일 게임에 내리쬐는 봄볕의 강도는 우리가 'IT 강국'을 어떻게 재현하느냐를 판단할 시금석과 같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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