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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모바일 벤처 육성' 제대로 하자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작고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40여 년 전 '토지' 서문에 이런 비장한 글을 남겼다. 당시 암 투병 중이던 그는 '죽음을 건 도전장'을 던진 끝에 한국 문학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제2의 모바일 벤처 붐'을 선언했다. 모바일 분야에서도 NHN이나 엔씨소프트 같은 스타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02년 결성된 코리아IT펀드(KIF) 및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종자돈으로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바람을 잡자 기업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SK텔레콤은 무선 인터넷 통합 요금제, KT는 슈퍼 앱스토어로 화답했다. NHN은 모바일 광고 시장 개척이란 화두를 던졌다. 모처럼 정부와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근 한국 IT 산업은 혁신 흐름에서 다소 뒤쳐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 저기서 "정부의 IT 마인드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캐치프레이즈가 '유선 인터넷는 앞섰지만, 무선 산업은 뒤쳐진다'는 우려로 바뀌었다. 이러다간 IT 후진국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애플이나 구글 같은 혁신기업들이 연이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위기의식이 더 커졌다. 콘텐츠나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모바일 산업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서는 자세도 여러 가지다. 포기함으로써 좌절하려는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저항함으로써 방어하는 데 만족하는 세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한국의 IT산업을 살리기 힘들다. 비약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제2의 모바일 벤처 붐 선언'이 반가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방적 사고로 글로벌 트렌드를 과감히 받아들여서 IT업계의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선언 역시 반갑기 그지 없다. 이제부터라도 방통위가 중심이 돼 무선 인터넷 산업의 비전과 전략을 제대로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물론 '제2의 모바일 벤처 붐'이 말처럼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10년 전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IMF 생채기를 치유했던 벤처 붐이 허무하게 사그라들었던 경험 말이다. 실체 없는 붐이 얼마나 쉽게 사그라드는 지도 잘 알고 있다.

모바일 벤처 육성 역시 '분위기 띄우기'에만 지나치게 힘을 쏟아서는 안될 것이다. 허울 좋은 공약만 남발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좀 더 긴 안목으로 내실 있는 모바일 벤처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모쪼록 '제2의 모바일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선언이 말로만 끝나지 말기를 바란다. '도전함으로써 비약하는' 멋진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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