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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스마트폰 밀리면 전자산업 끝장난다


소니가 한 때 ‘전자 왕국’으로 불릴 수 있었던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이런 분석이 있다. “‘워크맨’이 없었더라면 소니는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판단이다. 소니의 각종 전자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워크맨’이라는 명품이 세계를 지배한 덕분이라는 뜻이다. 다른 제품은 그 후광 덕분에 덩달아 산 것이다.

‘워크맨’은 1979년 출시된 소니의 휴대형 스테레오 카세트 플레이어다. 소니가 등록한 상표명이지만 이런 제품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일 만큼 세계 음악기기 시장을 뒤흔들었다. 1980~1990년대에 워크맨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소니가 ‘전자왕국’을 지키지 못한 건 워크맨의 파괴력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워크맨의 수명을 줄이게 만든 상품이 MP3플레이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2003년에 소니의 워크맨 마지막 제품이 출시됐으며 한국 시장에서는 지난해에 완전히 단종됐다. 이 시기 시장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MP3 플레이어라는 새로운 명품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워크맨을 왕좌에서 끌어내린 명품의 창조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이다. 이미 1998년 첫 제품을 선보였다. 소니가 워크맨을 포기한 것은 그로부터 5년 뒤다.

안타까운 건 기껏 세계적인 명품을 창조해놓고도 명품을 알아볼 눈이 우리나라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그 성과를 지원하고 북돋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했다.

첫 번째 실수는 MP3 플레이어어 주도권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세계에서 MP3 플레이어를 처음 만든 회사는 새한그룹 계열사였던 새한정보시스템이다. 1998년 일이다. 이 후 새한정보는 이 사업부문을 엠피맨닷컴이란 별도 회사로 분리한다. 그러나 엠피맨닷컴은 여러 이유로 2003년 7월 부도를 내고 만다. 이후 2004년 11월 경쟁사이던 레인콤이 이 회사를 인수한다. 하지만 레인콤 또한 자금압박에 못 이겨 관련 특허를 미국에 넘긴다.

이후 시장 주도권은 2003년께야 첫 제품을 내놓은 애플의 아이팟으로 넘어간다. 2004년의 경우 아이팟 미국 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하자 일본 소니는 한 해 전에 내놓은 모델을 끝으로 워크맨을 정리한다. 여전히 삼성전자 아이리버 코원 등이 만든 국내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서는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새로운 비즈 모델을 들고 나와 시장을 흔들어버렸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워크맨과 MP3 플레이어가 해당 제품뿐 아니라 세계 전자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흔들어버릴 수 있는 ‘좌표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제품은 단순하게 여러 제품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어떤 워크맨을 쓰느냐, 어떤 MP3 플레이어를 쓰느냐에 따라 제조하는 나라나 해당 기업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결정해버린 경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전자산업에 켜졌을 지도 모를 위험 신호도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 워크맨과 MP3 플레이어를 이어갈 세계 전자산업의 ‘좌표 아이템’은 누가 뭐래도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워크맨이나 MP3 플레이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개인 아바타(분신)’로 기능할 게 거의 분명하다. 세계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떤 스마트폰을 쓰느냐에 따라 해당 제조국가와 관련 기업 브랜드를 결정할 게다.

휴대폰 분야는 특히 MP3 플레이어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 20년간 한국 벤처인의 혼과 피와 땀이 실린 분야다. 망해나간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의 한국 ‘휴대폰 신화’는 그들의 ‘경제적 죽음’을 젖줄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목매는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처지는 어떤가. 아이폰과 구글폰이란 브랜드 앞에 무엇을 내세울 것인가.

지난 20년 저력과 체력을 믿지만 더 큰 각오가 필요하다. 여기서 밀리면 휴대폰뿐만 아니라 전자산업이 통째로 위기에 빠진다. 그건 역사가 말하고 있다. 대기업은 창의적 아이템을 내놓을 수 있는 조직으로 혁신해야 하고, 정부는 벤처 중소기업이 내놓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사장 시키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밀리면 한국 전자산업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명심해야 한다.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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