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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추노, 송태하, 그리고 공인인증서


'훈련원 대장' 송태하는 혁명을 꿈꾸는 인물이다. 임금을 바꾸고 새 나라를 만들어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부인 김혜원이 '노비출신'이라는 사실은 쉬 감당하지 못한다. 체제 전복을 꿈꾸지만 현재의 '반상제도'에 철저히 얽매여 번뇌하고 있다. 그것이 모순덩어리 송태하의 삶이다. 인기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얘기다.

PC에서 한바탕 공방을 벌였던 공인인증서 문제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옮아왔다. 금융당국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결제에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한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를 고집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나 행정안전부는 "그만한 보안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공인인증서의 근간이 되는 액티브X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인인증서를 의무화할 경우 스마트폰 기반 전자상거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이나 행정안전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는 것 같진 않다. 행안부는 스마트폰용 공인인증서 표준까지 내놓았다. 행안부는 "표준 마련으로 일반 국민들이 스마트폰에서도 금융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공인인증서 표준을 마련한 행안부의 노력은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 어쨌든 스마트폰에서도 공인인증서를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노력 역시 가상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공허한 메아리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제기된 문제들은 공인인증서를 개선한다고 해결될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는 근간이 되는 액티브X 때문에 불편할 뿐 아니라 보관 장소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때문일까? 최근 정부는 PC 하드디스크에 아예 공인인증서를 저장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공인인증서 정책을 고수하는 한 사용 편의성과 불필요한 비용 문제는 계속 대두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비용을 들여 새롭게 개발, 표준화 과정을 되풀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추노'로 돌아가보자. 양반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송태하가 꿈꾸는 혁명은 미완일 수밖에 없다. '양반 사회' 저너머 또다른 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최근 공인인증서를 둘러싼 모든 공방의 해결책 역시 '공인인증서'에서 찾아야 한다. 이 부분을 도외시한 채, 안정성이나 편의성 문제에 매달려봐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웹브라우저 내장 암호화 기술인 SSL과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인 OTP 같은 것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기업호민관을 중심으로 이런 대안들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행안부와 금융 당국도 이런 대안들에도 진지한 눈길을 보내주길 바란다. 애당초 이 문제가 왜 나왔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대로 껴안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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