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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방통위 2년과 안중근 의사


"인무원여난성대업(人無遠慮難成大業)"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못하면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가 즐겨 사용했던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2주년을 맞으면서 안중근 의사의 이 말을 되새기게 된다. 두 돌째를 맞는 방통위에게 당장 성과를 내놓으라고 야단치기보다는, 거시적인 밑그림을 그려내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잘 아는 것처럼 방통위는 '정통부 해체'의 산물이다. 당연히 방통위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IT 콘트롤 타워 부재'는 단골로 제기되는 비판이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본 딴 5인 위원회 조직이 비생산적이란 지적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물론 공도 적지 않다. 위피(WIPI) 의무사용 폐지로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물꼬를 튼 점이나 통신요금 인하, 무선망 개방 확산 등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공보다는 '한계' 쪽에 무게가 쏠린다. 규제는 잘 하지만 'IT 진흥'에는 서툴렀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방송 장악 논란과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방송 관련 정치적 의제에 휩쓸리다 보니 IT진흥 의제는 뒤로 밀렸다는 평가다. IT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IT 기획기능 부재'는 출범할 때부터 방통위가 가슴에 품고 있던 주홍글씨였다. '정통부 해체'의 생채기가 그만큼 짙은 때문이다. 최근 사임한 이병기 위원도 퇴임사를 통해 "ICT 진흥에 맞는 조직으로 체계를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계기로 규제/진흥 논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방통위가 겸허하게 새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방통위가 왜 출범했는 지 찬찬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잘 아는 것처럼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융합이란 화두 실현을 목표로 탄생했다. 'IT 콘트롤 타워'도 중요하지만, 융합이란 새로운 시대 흐름을 선도해나가는 것 역시 그 못지 않게 절실하다.

창사 26주년을 맞은 SK텔레콤의 정만원 사장 역시 이런 흐름을 잘 지적했다. 그는 26일 개최된 기념식에서 "ICT산업은 현재 다양한 산업군의 사업자가 영역을 넘나드는 초경쟁시대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이 초경쟁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선언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차원이다. '통신'이란 단일 영역에 매몰되기 보다는 융합 추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방통위는 이런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다. 그런 만큼 방통위의 공과에 대해서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위원회 조직의 한계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의사 결정이 느리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선 신중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방통위는 긴 호흡으로 ICT 산업의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이 융합 시대 선도라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태어난 방통위의 임무다.

따라서 방통위에 대한 평가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실행 파일'보다는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 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때마침 26일은 방통위 출범 2주년 기념일일 뿐 아니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방통위 출범 2주년을 맞으면서 안중근 의사를 떠올리는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멀리 보고' 행동함으로써 겨레와 민족의 희망이 됐다. 같은 관점에서 방통위도 산업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국가 전략적 단위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규제 이슈에 지나치게 천착하기 보다는 '융합 시대의 콘트롤 타워'라는 출범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출범 2주년을 맞이한 방통위에게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역할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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