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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양문석 방통위원'이 할 일


예상대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이 차기 방송통신 위원으로 내정됐다. 양문석 씨는 7일 국회 본회의 의결이 이뤄질 경우 2주 가량의 청와대 인사 검증을 거쳐 방송통신위원으로 취임하게 된다.

지난 달 갑작스럽게 사임한 이병기 위원의 뒤를 잇게 될 양 씨는 평생을 논객으로, 운동가로 살아온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EBS 전문위원, 미디어오늘 논설위원, 미디어스 편집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2006년과 2007년 IPTV법과 방통기구법 논쟁 때는 국회에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적 요금정책을 건의하기도 했다. 또 같은 민노총 소속이면서도 IT연맹과 언론노조 방송위 지부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쁠 때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양 씨를 차기 방통위원으로 내정한 것은 이런 경력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활동성'을 높이 샀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디어법 파동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전투력 있는 위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게다가 'KBS 수신료 인상'이나 '종합편성채널사업자 선정' 같은 대형 이슈를 앞둔 민주당으로선 양 총장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물론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양문석 사무총장이 간과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지대'라는 점이다.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위원들은 여·야 추천으로 선임되지만, 위원은 정치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양 총장은 이제 동지들과 뛰는 정치활동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방통위원이 되는 순간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해야 하는 행정부처의 차관 역할을 해야만 한다.

논객으로 활동할 때와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논객들은 자기편의 결함은 가급적 덮어두면서 반대편의 약점을 공박하는 데 익숙한 편이다. 진보와 보수간의 공방에선 이런 점이 특히 더 심하다.

하지만 국가전략적 정책기구를 표방하는 방통위원은 이런 식의 접근은 자제해야만 한다. 논박이나 투쟁보다는 토론과 합의에 주력해야만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활동가 시절의 투쟁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방통위까지 소모적 이념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방통위가 건전한 합의 기구 역할을 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자칫하면 급속한 해체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융합시대에 걸 맞은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 일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는 일 모두 늦춰질 수 있다. 최근 방통위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통한 ICT 생태계 복원은 아예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1기 방통위원의 마지막 1년을 함께 할 양문석 위원은 이런 점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짧은 임기 역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문석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까지다. 1년이 채 안되는 셈이다. 내년 2기 위원 선임때 재추천 받을 수도 있지만 공식 임기는 그렇다.

임기가 짧다보니 이 기간 동안 '뭔가'를 이뤄내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기 쉽다. 그럴 경우 무리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생각으로 많은 것들을 밀어부칠 경우엔 정쟁만 벌이다가 임기를 끝낼 수도 있다.

따라서 양 위원은 ICT 산업 복원의 거대한 밑그림을 그린다는 장기적인 생각으로 임했으면 한다.

양 총장은 평생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 복원이란 가치를 추구해 온 인물이다. 하지만 방통위원이 되는 순간 '공영성'이란 가치 역시 새롭게 접근해야만 한다. 활동가나 논객 시절 접근했던 방식과는 분명 달라야 한단 얘기다.

지상파방송의 공영성이란 게 프로그램의 공익성인 지 플랫폼의 공익성인지, 보편적 시청권(접근권)은 어떻게 담보해야 하는 지 등 해결해야 할 이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3사의 월드컵 중계권 분쟁이나 방통융합과정에서의 수평규제 전환과 공영방송법 제정 문제, KBS 수신료 인상 논란이나 다매체 시대 공정경쟁 질서 확립 문제 등은 지상파방송의 공익성을 새롭게 들여다 보는 것부터 출발할 수 있다.

5인 위원회 조직의 한 축을 감당하게 될 양문석 씨가 이런 점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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