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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IT ‘어닝 서프라이즈’의 그림자


‘어닝 시즌’을 맞아 국내외 IT 업계가 잇따라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훌륭한 성적표들을 내놓고 있다.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터진 금융위기로 확산됐던 세계 경기 침체가 상당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 아니냐는 판단이 우세하다. 국내외 조사기관들도 대체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애플을 중심으로 한 IT 분야가 강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미국 클린턴 정부가 이끌었던 ‘新경제’가 부활한 듯한 느낌이다.

이번 ‘어닝 시즌’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건 애플이다. 1분기 애플 실적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매출 135억 달러, 순이익 30억7000만 달러였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약 50%, 순이익은 90% 넘게 늘었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인 주당 259.22 달러(21일 기준)다. 앞으로 더 올라 350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이폰을 필두로 한 ‘혁신 무기’들이 시장을 선도한 덕이다.

인텔 실적도 ‘서프라이즈’다. 1분기 순이익이 24억4000만 달러(주당 43센트)였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올린 6억2천900만 달러(주당 11센트)보다 4배가 많다. 매출액은 103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매출액 98억 달러, 순익 주당 38센트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이는 스마트폰, 3차원(3D) TV, 태블릿 PC 등 IT 세트 시장에 혁신 제품이 쏟아진 덕이다.

두 회사는 특히 ‘인텔 효과’ ‘애플 효과’란 말처럼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주식 시장을 빨갛게 물들였을 정도이다.

국내 대형 IT 업체들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에 매출 5조8천763억원, 영업이익 7천894억원, 당기순이익 6천4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흑자 전환했다. 역시 TV, 모니터 시장의 호황 덕분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LED LCD, 모니터 및 노트북용 LCD에 대한 수요가 늘고, 춘절 이후 중국 시장의 탄탄해진 수요에 도움을 받았다.

하이닉스반도체는 1분기에 매출 2조8천210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사상 최대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5%나 수직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7천990억원, 순이익은 8천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28%로 전분기 25% 대비 3% 포인트 증가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증가에 따라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뛴 덕분이다. D램 가격은 지난 1년반 동안 지속 상승했다.

삼성전자도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은 4조3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상 최대다. 매출은 34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 가운데 반도체부문이 전체의 절반인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외 LCD 사업부분 7천억 대, 휴대폰 등 통신부문 1조원, TV 등 디지털미디어 부문 6천억 원 대다.

주요 글로벌 IT 기업 몇 곳의 실적만 살펴봐도 ‘사상 최대’가 즐비하다. 경기가 황장국면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런 사상 최대 실적 속에서 이건희 회장은 왜 복귀 배경을 암시하는 일성으로 “지금이 진짜 위기다”라고 했던 것일까. 일부에서 분석하듯 이 회장의 말은 삼성을 ‘오너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닌 듯하다. 1분기 실적을 따져보면 각각의 ‘어닝 서프라이즈’ 속에서 이 회장이 봤을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하다.

위 5개 회사 가운데 인텔,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는 부품업체다. 애플은 세트 업체다. 삼성전자는 부품과 세트를 다 한다. 이들 업체 모두 실적이 훌륭했던 것은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세트가 속출하면서 시장을 넓힘으로써 부품 수요 또한 견인했다는 뜻이 된다. 이 회장이 봤을 그림자는 혁신 세트 제품으로서 시장을 넓히는 주도권을 빼앗긴 데서 찾을 수 있다. 누구에게? 스티브 잡스에게.

국내 또 다른 전자 세트 업체인 LG전자의 실적이 나오면 이 그림자가 이 회장의 기우이거나 단지 경영 복귀를 위한 구실이었는지, 아니면 분명한 실체가 있는 것인지 좀 더 확연해질 것이다. 최근 전체적인 분위기로만 보면 국내 부품 산업은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세트 제품의 경쟁력은 3D TV를 제외하면 많이 밀리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 회장이 본 위기의 측면이 그것이다.

“애플 덕 많이 본다.” 22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이 한 말이다. 이 회장이 본 그림자를 권 사장이 대신해준 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균성 디지털산업부장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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