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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KT 합병 1년, 혁신의 종착점은 아니다


지난 1년동안 국내 통신 시장의 화두는 KT-KTF 합병이었다.

당시 KT는 경쟁 회사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컨버전스라는 시대적 흐름을 정면으로 흡수해 IT 산업이 중흥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석채 KT 회장의 말대로 합병 1년의 성적표는 만족할만 한 수준이다.

애플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무선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했으며, 이런 가운데 컴투스 같은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가 전 세계인을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팔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3G 휴대폰을 모뎀처럼 사용할 수 있는 '테더링' 요금제와 남는 데이터를 이월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무선데이터 요금의 세계 최저 수준 인하도 이끌었다.

전국을 뒤엎는 와이파이 망구축 계획과 전세계 99개국과의 와이파이 로밍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외에 출장가서도 맘놓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게다가 이같은 고객중심적 서비스들이 재무적 성과에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무선데이터 매출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하는 것이었던 만큼, KT 합병1년의 성적표는 만족할 만한 게 아니라 '기대이상'이라고 까지 평가할 수 있겠다.

KT의 1분기 무선데이터 매출(3천320억)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성장했고, 무선서비스 매출(1조6천834억)역시 같은 기간 10.1%나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가 혁신의 종착점이 돼 서는 안될 것 같다.

KT는 젊고 빨라진 회사가 되기 위해 인사제도를 바꾸고 5천992명에 달하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했지만, 과거의 아날로그적인 조직문화가 여전한 게 사실이다.

현업에서의 과도한 할당은 여전하고, 최근에는 기술직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영업직으로 밀려난 한 직원이 개인정보 불법 수집이라는 실수도 저질렀다.

이는 비단 KT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KT 일각에서는 올 초 조직개편으로 본사조직 등이 슬림화되면서, 고객접점으로 간 중간관리자들의 과잉충성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T가 진정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가 되려면, 직원들의 일하는 문화를 즐겁고 신나게 바꿔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쿡TV스카이라이프'를 둘러싼 유료 방송시장의 황폐화 논란 같은 데에도 귀 기울여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KT는 HD(고화질)급 채널을 보면서도 다양한 주문형비디오(VOD)를 보려는 국민들의 요구에 맞춘 상품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할인율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1천여억원의 전용펀드를 만들 만큼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 관심있다면, '쿡TV스카이라이프'에 대한 경쟁 회사나 콘텐츠 업계의 우려도 고려했으면 한다.

국내 통신·방송 시장은 극심한 레드오션에 시달리고 있다.

합병 2년차를 맞이한 KT가 서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갉아먹는 무한경쟁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현아 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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