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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스티브 잡스 "We are human"


그는 어떤 이들에게 신(神)으로 불린다. 기꺼이 신도를 자처하는 무리가 한 둘이 아니다. 한국에만 수십만을 헤아린다. 근거와 일리가 있건 없건 그에 대한 비판은 신도들로부터 집단 언어 구타를 당하기 일쑤다.

그런 그가 마침내 커밍아웃을 했다. "We are human." 그리고 덧붙였다. "We make mistakes sometimes." 자신이 창조한 최고의 걸작인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 결함에 대해 인정하고 왕(王)인 소비자한테 사과했다.

지난 6월 7일. 세계 언론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다. 낮밤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가 창조한 최고의 피조물을 지켜봤다. 이날 그는 아이폰4에 대해 “우리가 만든 제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스티브 잡스는 어느 때보다 인간적(?)이었다. 심지어 아이폰4 뿐만 아니라 HTC나 블렉베리를 만드는 RIM, 그리고 삼성전자의 제품에도 수신 문제가 있다고 강변할 때는 차라리 안타깝기까지 했다.

이 사안은 추후 더 논란이 될 수 있다. 컨슈머리포트 같은 권위 있는 소비자 잡지는 실험 결과 '데스 그립(Death Grip)'이 유독 아이폰 4에서만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스티브 잡스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안테나 게이트'로 불리는 이 문제가 더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잡스 주장대로 이 문제를 실제로 겪는 사람이 아이폰4 구매자의 0.55%에 불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범퍼 무료 제공' 만으로 이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도 물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범퍼 무료 제공시기를 9월 30일까지로 못박았다는 데서 의심이 시작된다. 그 전에 아이폰4의 문제를 범퍼 없이 자체적으로 말끔히 해결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히는 것이다. 잡스 자신도 아이폰4 디자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경우 10월 이후에 나올 제품은 뭔가 달라져 있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여하튼 잡스는 이번에 지극히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해법에 대한 시나리오를 수치적으로 계산을 해봤을 것이라는 의미다.

오랫동안 애플을 분석해온 애널리스트인 진 먼스터는 이로 인한 비용이 1억8천만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1년에 예상되는 애플 영업이익의 약 1% 수준이다. 잡스는 이날 맹세하듯 말했다. "We won't stop until every one of them is happy." 결국 잡스가 이 말을 배우는 데 1억8천만 달러가 든 셈이다.

불만 있는 소비자에게 겸허히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인간으로 돌아오는 비용치고는 그다지 비싼 게 아니다. 그 점에서 오늘 잡스는 굴욕을 당한 게 아니라 더 친근하게 변할 기회를 갖은 셈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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