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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호기심 증폭시키는 애플의 마케팅 비법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은 유별나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아이패드2의 사례에서 보듯 수개월 전부터 소문이 나기 시작해 발표 전날까지 별 게 다 기사화된다. 소비자의 관심이 워낙 높기 때문에 세계적인 주요 언론들도 사소한 요소 하나까지 기사 경쟁을 벌인다. 소문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애플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일 것이다. 또 애플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은 애플의 주요 제품이 시장 트렌드를 바꿔버릴 만큼 혁신적인 제품(game changer)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을 크게 흔들었고, 아이패드는 노트북 시장의 게임을 바꾸고 있다. 아이팟과 아이튠스의 결합은 디지털 음악 시장을 새로 짰고, 앱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애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유별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내놓은 아이패드2의 경우 여러 기능이 업그레이드 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게임 체인저’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러나 아이패드2 출시에 대한 관심이 ‘게임 체인저’였던 아이패드보다 결코 더 적었다고 할 수만도 없다.

‘원작 후광효과’인가.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영화계에서 ‘원작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이 있는 건 모든 창작행위에서 차별화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 기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체인저’가 갖고 있던 놀라운 혁신성을 후속 제품이 또 다시 그 이상의 강도로 혁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새 이름을 붙이지 않고 원작에 1, 2 등 숫자를 더하는 이름을 짓는다. 이는 제작자 스스로 혁신 강도가 원작을 능가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후광효과는 후광효과일 뿐 원작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에게는 원작만큼의 혁신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원작 이상의 흥행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비법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그 비법이 어디 유별난 데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딱 두 가지가 애플의 높은 브랜드 가치와 겹쳐 놀라운 상승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제품이 단일’하고, ‘주기가 일정’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둘 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공통점이 있다.

애플은 잡다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블록버스터만 만든다. 제품에 변형을 가해봤자 메모리와 통신기능이 거의 전부다. 두 부분의 변주는 제품이 내세우는 본질적인 특성과는 상관없는 최소한의 변형이다. 소비자 요구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기 위해 데이터의 양과 용도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만 다른 부품을 넣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똑 같은 제품이되 더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의 차이만 둘 뿐이다.

이런 제품 기획과 전략은 한 마디로 모 아니면 도의 방식이어서 자칫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의 경우 오히려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다. 최소한 적은 이득을 위해 제품을 변주하는 꼼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제품이 강력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소비자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렇게 형성된 신뢰와 기억은 후속 제품에 대한 유추의 욕구를 끌어낸다. 소비자로 하여금, 내가 스티브 잡스라면 이 점을 개선할 터인데…,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고, 후속 제품이 그렇게 될지를 기다리게 만든다. 그건 애플에 대한 자연스러운 피드백 역할을 할 수 있다.

후속 제품 업데이트 주기가 거의 일정하다는 점도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원작이 크게 히트를 했다 해도 후속 제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면 소비자는 그것에 관심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제품이 나온다는 게 거의 확실해야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대개 애플 관련 신제품 루머는 부품이 발주될 때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생산에 들어가면 루머가 증폭된다. 제품 개발과 부품 발주 그리고 생산 및 출시가 1년 단위로 회전하기 때문에 루머도 이를 따른다.

애플은 3~4월 봄 초입에는 아이패드를, 6월말 여름 초입에 아이폰을, 가을에는 아이팟과 매킨토시를 업그레이드하는 주기를 갖고 있다. 약간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게임 체인저’가 아니면 이 틀을 크게 흔들지 않는다. 따라서 겨울에는 아이패드에 관심을 증폭하고 봄에는 아이폰에 대한 관심으로 떠들썩하다. 아이패드2가 한 바탕 소문을 내고 지나갔으니 이제 아이폰5에 대한 소문이 뒤따를 것이다.

애플이 1년 단위로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제품 출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그게 호기심으로 이어질뿐더러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세계적인 회사의 개발인력 전체가 1년 동안 한 제품에 집중적으로 심혈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그런 만큼 제품 하자가 적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모 아니면 도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단일 제품에 승부를 거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강심장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관심이 최고조로 팽배해졌을 때 스티브 잡스가 나와 그 모든 걸 아퀴짓는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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