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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수]최순실게이트에 불똥 튄 VR


[문영수기자] 드라마 '미생'에서는 동료 박 과장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포기하려 했던 요르단 중고차 사업을 주인공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이 재추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 과장은 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비리가 발생해 중단된 사업 아이템들이 타 기업에서 성공한 사례에 대해 설명하며 "죄만 걷어내기로 했다"고 강조한다. 죄를 지은 사람 하나 때문에 양질의 사업 아이템까지 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요르단 중고차 사업'과도 같은 상황을 맞은 분야가 있다. 바로 가상현실(VR)이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약속됐던 가상현실은 최근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되며 하루 아침에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 CF 감독 등이 이권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산업이 위축되는 냉기류가 감지돼서다. 요르단 중고차 사업으로 부정한 이득을 누리려 했던 박 과장이 적발됐을 때 장면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종사자들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급속도로 냉각된 가상현실 시장에 대해 하소연하기 바쁘다. 이들은 가상현실 산업 전체가 최순실과 그 무리들이 사적으로 점유한 영역처럼 비쳐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태가 대두되면서 씨가 말랐던 아케이드 산업의 전례를 가상현실이 재현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가상현실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신기술 분야다.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IT 업체들은 앞다퉈 관련 기술 확보에 공들이고 있고 옆나라 중국에서는 벌써 전국적으로 3천곳 이상의 VR 체험공간이 열렸다는 보고서가 나올 만큼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모두가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만 출발조차 못한 채 배회하는 모습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냉각된 국내 가상현실 업계는 드라마 '미생'에서 좌초 위기에 처했던 요르단 중고차 사업과 꼭 닮았다. 일부의 죄만 걷어내고 본질에 주목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한 양질의 아이템이다. 요르단 중고차 사업의 사내 반대 여론을 딛고 사업을 밀어부쳤던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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