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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오세훈의 서울시 "안녕하신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감옥에서 17년 청춘을 보낸 한 중년이 태어난 순간도, 자라는 모습도 지켜보지 못한, 지금은 성년이 돼 버린 딸과 첫 통화를 한다. 딸은 ‘당신의 그때는 행복했는지’라고 묻는다. 그는 잠시 머뭇거린 뒤 전화기 너머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자기만 행복하면 왠지 나쁜 놈이 되던 시대였거든.”

영화 ‘오래된 정원(원작 황석영 소설)’에 나오는 대사다. 1980년 광주항쟁의 비극 속에서 그는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와 핍박받는 민중을 위한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대가는 혹독한 감옥 생활.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고 희끗희끗 반백이 됐을 쯤 그는 풀려난다.

정작 ‘나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던 시대’에 그는 자신의 행복도, 자신의 연인도, 딸의 행복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보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오세훈의 서울시’는 행복할까, 안녕할까. 서울을 ‘작은 정부’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국가시설은 물론 기업, 사람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대통령’이란 등식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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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장의 서울시는 ‘이슈메이커’가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겠다는 여당(국민의힘) 발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오시장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포의 서울시 편입에 대해) 어떤 도움이 될지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민과 김포시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번 이슈의 앞뒤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과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따르고 있는지는 후순위였다. 정치권이 먼저 질러놓고 그 당위성을 뒤늦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시민 의견은 뒤춤에만 있었다.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에 나서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도 ‘먼저 질러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먼저 경기도·인천시와 협의·합의한 이후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선택해도 늦지 않다. 그게 순서다. 오 시장은 “(경기·인천시 등과)협의하고 합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여 시범운영부터 먼저하고 이후 문제점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오세훈의 서울시’가 시민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외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생태공원, 도시와 한강 연결 등 한강중심 성장거점 마련을 위해 55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내놓았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김포와 서울을 잇는 ‘리버버스’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회는 물론 시민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데 있다. 리버버스의 경우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사업 타당성 조사는 기본이다.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타당성 조사 없이 (리버버스와 관련해) 민간 사업자부터 먼저 선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강 관련 사업에 있어서도 절차를 건너뛰고 ‘멋대로’ 추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실 서울시의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강사업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의회 의결권과 의회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에 있어 ‘신속통합기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 시장이 내세우고 있는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요건이 충족되면 곧바로 재개발, 재건축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빠른 행정 절차로 눈길을 끈다.

정작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된 압구정과 여의도 해당 아파트의 경우 사업자 선정 등을 두고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소송 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시대에 가장 기본은 자치단체장의 경우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데 있다. 모든 정책과 관련 제도 정비는 시민들에게 묻고, 의견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 의견이 존재하더라도 가능한 시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단체장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이자 우선이다.

지난 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서울시의회는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를 벌인다. 이 기간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서울시교육청, 그 소속 기관 등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오세훈의 서울시’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의 서울시’가 행복한 지, 안녕한 지….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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