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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어뜯기 전문 '사이버 판사'가 판친다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신경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은 지난 25일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AFC 아시안컵 3차전 경기 이후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 이같이 단호히 말했다.

조규성은 지난 20일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조별 예선 경기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후반 19분 대한민국의 공격 상황에서 조규성은 요르단 골대가 사실상 비어있는 상황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 그를 향한 무수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얼굴에 신경 쓰지 말고 축구나 잘해라" "머리부터 잘라라" "예능 나올 시간에 공이나 더 차라" 등의 말을 퍼부었다. 경기와 무관하다시피 한 '비난' 수준이었다.

그룹 뉴진스의 민지의 최근 사과 사건도 비슷한 막말 사례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1월 유튜브 '침착맨' 채널에 출연한 민지는 칼국수 얘기가 나오자 혼잣말로 "칼국수가 뭐지"라고 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민지를 향해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잡는다"며 비판했고 이는 무려 1년 넘게 이어졌다.

결국 민지는 최근 진행한 라이브 방송 도중 또다시 관련 얘기가 나오자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여러분은 칼국수 종류, 재료 다 알고 계세요?"라고 반응했다. 이후 민지의 말투를 두고 논란이 생기자 민지는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해진 비난 모두 언제나 그렇듯 비난 그 자체만이 목적인 '억까'(억지로 까대기) 아닐까 싶다.

조규성의 예능 촬영은 지난해 12월이었으며 이날 방송에서 식단과 철저한 자기 관리 등 조규성이 보여준 모습은 완벽한 프로였다. 그러나 실제 방영일과 조규성의 부진이 겹치는 바람에 "축구보단 예능에 더 신경 쓴다"라는 꿰맞추기식 비난이 쏟아졌다.

민지 역시 라이브 방송서 보인 말투는 논란이 될 수 있으나,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털어놓은 것을 두고 1년 이상 '긁어대는' 것은 악플러들의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억까'를 일삼는 이들은 전지전능한 판사라도 된 것마냥 자신만의 기준과 잣대로 유명인들의 행동을 재단한다. 익명의 커튼 뒤에 숨어 이곳저곳에 출몰하며 유명인들을 난도질하지만 그들의 '판결'은 곧이 들을 부분이 거의 없는 맹목적인 분노와 혐오만이 넘쳐난다.

자신들의 기분과 입맛에 맞게 "공인이니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해야 한다"는 논리를 동원해 인격과 권리를 갉아먹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특정 분야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을 '공인'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공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이유는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더 엄중한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다.

전문지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이비 '사이버 판사'들이 쏟아내는 막말을 언제까지 두고봐야 할 것인가. 공인이라는 수갑을 채워 그들을 이유없이 비난하는 행위를 마음껏 하도록 방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시대는 우리에게 엄중하게 되묻고 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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