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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자장면 가격과 통신요금


[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서민 음식’ 자장면의 위세가 탱탱한 면발만큼이나 기세등등하다. 어느덧 한 그릇에 7000원을 훌쩍 넘겼다. 서울 자장면 평균 가격은 7069원. 그나마 경북 자장면이 싼데 6000원 정도다. 서울 자장면은 1년 전(6569원)보다 500원, 5년 전(5154원)과 비교해 2000원 정도 올랐다(한국소비자원 참가격 2023년 12월 기준).

"이래서 자장면 사 먹겠어"라며 엄살을 부리지만 그래도 사 먹을 사람은 사 먹는다. 가격이 올랐다고 자장면이 하루아침에 ‘귀족 음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장면만큼 대중적이면서, 자장면보다 더 정치적인 것이 통신요금이다. 대통령 입에서 자장면 가격을 언급한 사례는 드물지만 통신요금은 단골 메뉴였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정권마다 통신요금은 주요 현안이었다.

“통신은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에서는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2023년 2월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 1년 전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3만원대 5G 요금제가 출시되는 등 후속 조치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과도한 통신비를 줄여 국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이통사들을 압박했다. 박근혜 정부는 1만1800원이던 가입비를 없앴고 보조금을 제한하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본료를 1만2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낮췄다. 알뜰폰도 이때 등장했다.

그 무렵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이석채 당시 KT 회장이 ‘자장면’을 빗대 반발하기도 했다. “자장면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통신요금은 제자리”라는 항변이었다.

이쯤에서 짚어보자.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정부 말마따나 과도한 수준인가. 아니면 기업의 항변처럼 자장면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가.

통계청 자료를 보자. 2023년 3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통신서비스 지출’ 항목은 10만원으로 전년 동기와 동일하다. ‘통신서비스 지출’은 유선·무선 이용료, 인터넷 이용료, 휴대폰 수리비 등을 합한 것이다. 더 거슬러 가면 2018년(문재인 정부) 10만5000원, 2013년(박근혜 정부) 14만3000원, 2009년(이명박 정부) 13만300원이다. 전반적으로 통신 관련 지출은 완만한 하락세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 추이다. 2010년 31.3%에서 2013년 68%, 2017년 82.3%, 2021년 88.1%, 2023년 90%로 급성장했다. 2010년 무렵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꿈틀대더니 2013년부터 10년 만에 20%포인트 증가했다(언론진흥재단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

이 두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간명하다. 비교적 안정된 통신요금 체계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쥐잡듯 몰아세우는 통신요금이 어쩌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용 가능한 수준이고, 이를 토대로 모바일 인터넷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요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서비스 부문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곽정호 교수(호서대)에 따르면, 이 기간 넷플릭스와 같은 OTT 이용료는 무려 8배 증가했다.

통신요금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준이 정확해야 해법도 명쾌하다. 과도한 것은 통신요금인가, 단말기 가격인가. 아니면 OTT와 같은 서비스 요금인가.

마침 제4이동통신사가 출범했다. 이통사간 경쟁을 촉진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취지와는 별개로, 제4이통사도 수익성이 관건이다. 기업은 돈을 벌어 투자자나 주주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통신사의 호실적에 눈을 흘기며 통신요금을 낮추라고 압박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반한다. 어쩌면 과도한 것은 통신요금이 아니라 통신요금에 대한 그런 편견인지 모르겠다.

/이정일 기자(jay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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