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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법] <7> 개성있는 뉴스를 만들어라


앤디 워홀을 처음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구두다.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의 백화점과 잡지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워홀은 구두 광고에 들어갈 삽화를 주문받았다. 멋스런 고급 구두를 얼마나 많이 그렸을까?

1955년 최고급 가죽구두 회사인 '아이밀러'(I. Miller)가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깜찍한 구두 광고를 매주 연재하면서 워홀은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구두만 그리던 워홀은 1962년 구두는 사라지고 발자국만 남은 그림을 내놓았다. '댄스 다이어그램'(Dance Diagram)이다. 4/4 박자로 추는 춤 폭스트롯(Foxtrot)의 발 동작을 왼발 오른발 순서대로 번호까지 붙여놓았다. 무슨 그림을 바닥에 전시하는가! 관객들은 갤러리 바닥에 전시된 그림에 따라 발을 옮기며, '뜻밖의 재미' 세렌디피티(Serendipity)에 즐거워했다.

화가의 작업장은 다 칙칙하고 어수선한가? 워홀은 30대 중반에 뉴욕에 알루미늄 호일과 물감을 씌워 온통 은빛으로 뒤덮은 작업장 '더팩토리'(The Factory)를 꾸몄다.

은색은 뾰루지와 잡티가 심한 얼굴을 가리는 허연 화장과 탈모가 심한 머리를 감추기 위한 은회색 가발과 이어지는 워홀의 색상이다. ‘더팩토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보헤미안’들이 모여들어 발랄한 화제를 대량생산해 냈다.

'뜻밖의 재미'는 장난스러운 취향으로 흘러갔다. 특이한 색감을 찾던 워홀은 구리 가루를 섞은 물감에 오줌을 섞으면, 구리가 산화하면서 푸른 색을 띠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다.

성분이 다른 오줌이 섞이면 색감이 또 달라진다. 장난끼가 발동한 그는 친구들에게 서로 다른 음식을 먹고 오게 한 뒤 캔버스에 오줌을 누게 했다. 오줌 방울이 튀면서 여기저기 묘한 금속광택이 드러나는 ‘산화 그림’(Oxidation Painting)이 등장했다.

202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95억 달러(약 2600억원)를 기록한 앤디 워홀의 'Shot Sage Blue Marilyn'(1964). [사진=andy warhol museum 인스타그램]
202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95억 달러(약 2600억원)를 기록한 앤디 워홀의 'Shot Sage Blue Marilyn'(1964). [사진=andy warhol museum 인스타그램]

캔버스 하나에 두 사람이 제각기 그림을 그려도 예술이 되는가? 워홀은 바스키야와 한 그림을 번갈아 그렸다. 밑그림을 그린 캔버스를 우편으로 주고 받으면서, 서로 의논하지 않고 자신의 그림을 덧칠하는 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워홀이 팝아트의 요소를 그리면, 바스키야가 장난스러운 기호나 단어 그림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둘이 협업한 작품이 100점이 넘는다.

마릴린 먼로를 질투했을 것이다. 1964년 '더팩토리'를 들락거리던 한 여배우가 워홀에게 작품 '마릴린 두 폭'(Marilyn Diptych)에 총을 쏴도(shoot) 되는지 물었다. 잠깐! 영어 'shoot'은 '촬영'과 '저격' 양쪽으로 쓸 수 있다. 사진을 찍는(shoot) 줄 알고 선뜻 승락했던 워홀은 깜짝 놀랐다. 여배우가 작품 네 점을 겹쳐 놓고 리볼버(revolver)로 쏘아버린 것이다. '총 맞은 마릴린'(Shot Marilyns)으로 다시 태어난 작품은 가격이 몇 배로 치솟았다.

아뿔싸! 마침내 총구가 본인을 향했다. 1968년 한 급진 페미니스트 작가가 앙심을 품고 워홀에게 총을 쏜 것이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워홀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흉터까지 공개하면서 또 다른 뉴스를 만들어냈다. 워홀이 죽은 뒤, 이 사건을 소재로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I Shot Andy Warhol)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워홀은 또 유명해졌다. 유명한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유명해지는가?

워홀은 가장 워홀답게 묻혔다. 미국 피츠버그 공동묘지에 있는 앤디 워홀의 무덤. [사진=andy warhol museum 인스타그램]
워홀은 가장 워홀답게 묻혔다. 미국 피츠버그 공동묘지에 있는 앤디 워홀의 무덤. [사진=andy warhol museum 인스타그램]

워홀은 자신의 죽음마저 뉴스로 만들었다. 1987년 담낭수술을 받고 사망한 그는 검은 정장에 커다란 넥타이를 매고, 은빛가발과 선글라스를 쓰고, 빨간 장미가 그려진 검은 기도서를 들고 무덤에 묻혔다. 저승에서도 독특한 향기를 뿜으면서 죽은 유명인사들을 인터뷰 하려 했을까? 그 곁에는 에스티로더 향수 '뷰티풀'과 잡지 '인터뷰'가 주인을 지키고 있다. 죽어서 점점 더 유명해지는 현상을 '워홀효과'(Warhol Effect)라고 한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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