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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파' 논란에 민심이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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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앞뒤 맥락이 잘려 오해를 키웠다.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다는 주변의 설명이 있었지만, 이 내용은 언급도 안 된다. '대파값' 논란만 남았다.

논란 확대의 배경에는 물론 정치적 원인이 있다. 총선 기간에 야권으로선 경쟁자의 실책 하나 하나가 무기가 되니 말이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가 좌파,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며 총공세 중이다. 각종 이슈에 대파 논란까지 겹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평가는 나빠졌다. 정부 평가가 나빠질수록 여당 국민의힘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서 얘기하면 '요즘 대파 한 단에 875원짜리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당장 가장 가까운 마트를 찾아도 그런 가격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4%였다. 코로나19 이후 한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낮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달에만 농·축·수산물은 11.7% 올라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사괏값은 88.2%나 폭등해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로 34개월째 고공행진이다. 정부가 1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까지 투입해도 소용없었다.

단순히 대파 문제가 아니다. 금 딸기, 금 사과에 이어 귤값까지 뛰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비상이란 얘기다.

더구나 총선 이후로 물가가 더 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불안한 유가에 미뤄진 공공요금 인상만 보면 그럴 법하다. 한국은행의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 응답 분포를 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농·축·수산물(63.4%), 공공요금(54.2%), 석유류 제품(27.0%)이 상위에 꼽혔다.

고금리·고물가에 힘든데 내 월급은 고만고만하니 지갑은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1월 실질 임금은 379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1%나 하락했다. 설 상여금 지급 시기가 바뀌어 임금 총액이 줄었다고는 해도 1월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지난달(3.1%)보다 낮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하기만 하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오해든 아니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근원 물가가 2%대로 상당히 안정돼 금리를 내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말도 일반 소비자들에겐 썩 와닿지 않는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30여 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슬로건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당장 민생 경제 해결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어서다. 오는 11일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보들이 민생 경제부터 구해주길 기대해 본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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