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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류와 AI, 존재론적 논쟁에 대해


#1. 쿠팡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회사다.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하는데 상장은 미국에서 했다.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이다. 미국식 리더십에 한국식 사업의 결합이다. 그 결과가 ‘빨리빨리’ 문화를 반영한 로켓배송이고, 그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 주문부터 배달까지, 제품 추천부터 재고 관리까지 쿠팡은 AI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쿠팡 직원들 사이에 도는 소문이다. 경영진이 길일(吉日)을 받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2021년 3월11일)을 했고, 회사 운이 꺾일까봐 서명을 옆으로 곧게 뻗쳐서 한다는 내용이다. AI 혁신을 부르짖는 기업이 길흉화복의 운세에 기댄 셈이다. 이것을 미신이니 비과학적이니 손가락질해봐야 헛일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나 복을 빌고 액운을 막고자 한다. AI 시대라도 말이다.

#2. 국내 AI가 성능면에서 오픈AI의 챗GPT를 능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확히는 텍스트를 인식하고 생성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이다. 사실이라면 ‘한국 AI’의 쾌거다. 정말일까.

AI 성능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리더보드다. AI에 문제를 주고 점수로 평가하는 식이다. 비슷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학습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AI는 똑똑한 AI인가, 잘 외운 AI인가.

리더보드 논란은 해외에서도 벌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파이-1’이 오픈AI의 GPT-3.5를 능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점수가 과장됐다는 비판이 일면서 망신을 샀다. 국내 대표 리더보드인 Ko-LLM도 비슷한 이유로 뒷말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AI 개발사들이 '리더보드 1위'를 탐내는 이유는 뻔하다. 기업 홍보용이고 투자용이다. 그렇다면 이 리더보드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1과 2는 AI 시대의 이면이다. AI에 대한 고상한 존재론적 논쟁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다. 누군가에게는 AI가 길일을 택해서라도 성공시켜야 할 수단(1)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투자를 잘 받기 위한 방편(2)이다. AI에 대한 기대감이 인간을 영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와중에 AI 거품론도 부글거린다. 세상에서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는 월가에서다. 근거는 이렇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총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로 성장하는데 500일 이상 걸렸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이미 지난 한해 1조5천억달러가 늘었다.

아폴로의 수석분석가 토스턴 슬록은 “현재의 AI 버블은 1990년대 기술주 버블보다 크다”고 우려했다. 물론 이견도 있다.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챗GPT 이후 40% 정도밖에 오르지 않아 추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월가의 거품론도 예측일 뿐이다. AI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AI가 인류에 도움이 된다는 ‘부머(boomer·개발론자)와 인류의 적이 될 거라는 두머(doomer‧파멸론자) 진영간 끝없는 설전이 이를 방증한다. 과연 AI는 인류의 적인가, 친구인가.

문제가 복잡하면 오콤의 면도날처럼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AI를 향한 질문도 마찬가지다. 'AI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더 인류에 위협적일지'가 아닌 '인간이 AI를 어떻게 잘 다룰지'처럼.

/이정일 기자(jay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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