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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악플'은 관심이 아닌 괴롭힘이다.

지난 2월 27일 열애설이 터진 후 공개 열애를 시작했던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이 5주 만에 결별 소식을 전했다. 결별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팬들의 악플 등 성화에 심적인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도 그럴 것이 카리나는 열애설 이후 많은 '질타'와 '악플'을 받았다. '카리나, 팬이 주는 사랑이 부족했나.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나'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 시위를 하는 팬도 등장했다. 이에 카리나는 '연애를 해서 죄송하다'는 자필 사과문까지 올렸었다.

한소희와 류준열 역시 공개 연애 후 여러 사람에게 악플 세례를 받고 2주 만에 이별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류준열이 전 연인인 혜리와의 관계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채 한소희에게 '환승'했다는 논란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소희가 개인적으로 쏟아낸 날것의 감정들은 더 큰 비난의 화살과 소문으로 돌아와 세 사람을 괴롭혔고, 끝은 좋지 못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악플은 뗄 수 없는 존재다. 물론 일반인보다 그들에게 들이미는 잣대가 더 엄격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그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시청자는 TV의 세계를 자신의 현실 세계로 이해한다'는 언론학자 거브너(Gerbner)의 '미디어 계발 효과이론'이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연예인이 명품 핸드백을 들고 출연했을 때, 가짜 가방이라도 들고픈 욕망, 주인공 헤어스타일까지 따라 하고픈 욕망 등은 연예인이 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깨닫게 한다.

하지만 앞선 사례는 다르다.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다. 청춘남녀가 사랑을 했을 뿐이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한소희와 류준열의 경우 '환승연애'라는 논란이 있긴 했으나, 그것 역시 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고 제삼자는 모르는 배경도 존재할 것이다. 여기에 너도나도 나서서 "딱 보니 그럴 줄 알았다" "성격이 이상하더라" 등 난도질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그런데 적지 않은 이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며칠을 굶은 자신들 앞에 고깃덩어리가 떨어진 것 마냥 신나게 그들을 욕했다. 열애설과 상관없는 외모, 몸매 비하 등 여러 가십거리까지 들고 와서 더 많은 사람이 악플에 동조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전성규 한국과학심리센터 이사는 "악플러는 악인이라고 판단한 이들에 대해 응징했다고 대리 만족한다"며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들의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익명 속에 숨은 누군가를 욕하는 것은 정의의 심판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낮은 자존감과 인정 욕구'가 불러온 화풀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화풀이 상대가 될 수는 없다. 자기 자신에게만큼 타인에게도 너그러운 마음을 요구하기가 버거운 시대는 아니라 믿고 싶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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