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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67%의 무거움' 받드는 정치하길


[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아무리 정치가 네거티브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할 줄 몰랐다. 양당 모두 찍고 싶지 않았다. 피로감이 쌓인 탓에 정치인들을 보면 악취와 같은 불쾌감을 느낀다."

제22대 총선 당일 투표소에서 만난 20대 A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선거철 다수 정치인이 상대방을 향해 비난에 가까운 막말을 연일 쏟아낸 탓이다. 정치 피로도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정치를 개 같이 하는 게 문제(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 총선 이후 윤석열·국민의힘에 버려질 것(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여야할 것 없이 당을 대표하는 자들마저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만사회수석을 비판하기 위해 "광주서 몽둥이로 대가리 깨진 거 봤지?"라며 현대사 비극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희화하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주로 손안에 있는 핸드폰을 통해 이런 작태를 쉽게 접한다. 문제는 화면 바깥에서 느끼는 팍팍한 현실과의 괴리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 감자 등 치솟은 국내 물가를 피부로 접하면서 '대체 정치인들은 무엇을 위해 저러는 걸까'라는 불신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 희망은 있다. 이번 총선 최종 투표율은 67.0%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가장 높다. 사전투표와 재외선거 투표율도 각각 31.3%와 62.8%를 기록하며, 모두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앞의 A씨처럼 '혐오 정치'에 질렸음에도 많은 유권자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바라며 투표권을 행사한 영향이다. A씨는 "(22대 국회에선) 정책 등 포지티브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이번 총선은 여당 108석에 범야권 192석으로 결론나며, 야당이 2연속 압승했다고 평가된다. 이게 좋은 결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순 없다. 그저 민심이 원하는 방향성을 일부 가늠할 뿐이다. 누군간 야당이 내건 정권 심판을 바랐을 것이고, 다른 누군간 단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무엇이 됐든 공통적으론 지금보단 나은 정치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민심을 얻지 못한 그간의 정치를 반성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국민이 정말 무엇을 바라는지 겸손하게 성찰할 때다. 무엇보다 역대 국회 중 가장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21대 국회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발전을 바라는 민심으로 만들어진 '역대급 투표율'에 걸맞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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