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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들고 다니기만 해도 살균되는 물병


위생시설과 전기 부족한 낙후지역의 식수 안전 기여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보행시 발생하는 정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휴대형 물병이 개발됐다. 걸음을 옮길 때 인체와 지면의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정전기를 수확해 전기장을 만들고, 이를 물통 속의 전극에 전달해 병원체를 죽이는 원리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물병은 보행 속도와 지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500mL 병에 담긴 물을 10분만에 99.9999% 살균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위생시설과 전기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의 식수 안전에 이바지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휴대용 정화 물통 사진 및 기존 방식과 비교, (a) 오염수 정화 물통의 실제 이미지. (b) 기존 중앙처리식 방식은 물을 얻고 여러 장비를 통한 여과 과정을 거쳐 상하수도 시스템을 통해 배분되지만 개발된 디바이스를 활용하면 보행 중 얻어진 정전기를 활용하여 정화할 수 있다 [사진=한국연구재단]
휴대용 정화 물통 사진 및 기존 방식과 비교, (a) 오염수 정화 물통의 실제 이미지. (b) 기존 중앙처리식 방식은 물을 얻고 여러 장비를 통한 여과 과정을 거쳐 상하수도 시스템을 통해 배분되지만 개발된 디바이스를 활용하면 보행 중 얻어진 정전기를 활용하여 정화할 수 있다 [사진=한국연구재단]

식수는 수인성 병원균을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이다. 상수도가 부족한 저개발 지역을 위해 정수기능을 갖춘 휴대용 물병 보급이 추진되어 왔지만, 휴대용 물병에 염소 처리와 자외선 조사 같은 전통적인 수처리 기술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기 및 광촉매를 통해 정수하는 방법은 별도의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휴대형 물병은 보행 중 발생하는 인체 정전기와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단면의 지름이 나노미터 정도인 극미세선)를 이용해 오염된 물을 정화한다.

보행 중 발생하는 정전기는 보행 속도가 빠를수록 더 큰 전기장을 만드는데, 경보수준의 빠른 걸음에서는 493 V의 전압을 얻을 수 있다. 보행으로 발생한 정전기는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를 통해 집속되고, 집속된 전기장은 주변을 지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세포벽에 구멍을 내며 사멸시킨다.

연구팀은 정수된 물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표면에 구멍이 형성돼 완벽히 사멸된 것을 확인했다. 휴대용 정화 장치를 들고 10분 동안 보행 시 99.9999%의 병원체가 사멸됐으며, 80회 이상의 반복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교신저자인 김상우 연세대 교수는 “수인성 질병은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의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 보행으로 얻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병원균을 직접 소독하는 기술은 안전한 식수를 제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김영준 박사(한국화학연구원)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정수방식의 휴대용 용기가 저개발 국가와 고립 지역 및 재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실용화를 위해서는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를 대량으로 제작하기 위한 공정 최적화가 필요하지만, 정전기를 활용해 별도의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가 필요없고 비용이 적게 드는 소재를 이용해 3천원 이하의 금액으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체정전기와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를 활용한 병원체 제어 매커니즘. (a) Step 1 접촉 대전에 의한 전기장 형성. Step 2 전기장에 의한 전하 이동. Step 3 휴대용 물통으로 전하 이동. (b) 오염수 정화 물통의 구성. 인체정전기가 전달된 물통은 나노로드에 의해 전기장이 강화되어 전기천공법에 의해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를 사멸시킴 (c)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 이미지 [사진=한국연구재단]
인체정전기와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를 활용한 병원체 제어 매커니즘. (a) Step 1 접촉 대전에 의한 전기장 형성. Step 2 전기장에 의한 전하 이동. Step 3 휴대용 물통으로 전하 이동. (b) 오염수 정화 물통의 구성. 인체정전기가 전달된 물통은 나노로드에 의해 전기장이 강화되어 전기천공법에 의해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를 사멸시킴 (c)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 이미지 [사진=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과 연세 월드클래스 펠로우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중국 인민대·칭화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4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Walking-induced electrostatic charges enabling in-situ electroporated disinfection in portable water (doi.org/10.1038/s44221-024-00226-5)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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