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2년 기자회견] "아내 처신에 사과…'김건희 특검'은 정치공세"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한동훈 전 위원장과의 관계'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먼저 발표한 뒤 출입기자들이 있는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1시간 이상 이어진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등 분야별 질문에 모두 답했다.

"특검은 부실 의혹 있을 때 하는 것"

윤 대통령은 먼저 '김건희 여사 특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게 수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제가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것은 영향을 미치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특검은 검·경, 공수처 이런 기관의 수사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니 하는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해 정말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다. 어떤 면에서는 정치공세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여전히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현재 공수처와 경찰에서 철저한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이런 사건을 대충할 수 있겠나.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 여러분께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경과를 설명할 것"이라며 "그걸 보고 만약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다.

또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채 일병이 순직한 사고를 듣고 국방장관에게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인테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 이런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라고 질책성 당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나중에 검찰로 송치돼 2차 보완 수사를 거쳐서 아마 기소될 사람들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수사 관계자들이나 향후 재판을 담당할 관계자들 모두 저나 우리 국민과 똑같이 그리고 채 상병의 가족들과 똑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수사 외압 사건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경위에 대해서는 "호주는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와 유일하게 외교·국방 2+2 회담을 하는 나라고 우리 경제와 안보에 깊은 관련이 있다"며 "호주대사가 작년 12월 말 정년 퇴임했기 때문에 이종섭 장관을 지명해 외교부의 검증과 세평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했다. 출국금지 상태에 대해선 "출국금지는 인사 검증을 하는 정부 기관에서도 전혀 알 수 없는 보안 사항"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도 두 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나'는 질문에 "우리 비서실장, 또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동훈 위원장 이렇게 점심 먹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문제는 풀었다"고 말했다. '지금 관계는 소원해졌는지'를 묻자, "한 위원장은 정치 입문 기간은 짧지만 이제 정치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사람 사이에 관한 추가 질문이 나오자 "20년 넘게 교분을 맺어왔다.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방위비 발언에 "탄탄한 동맹관계 기반 해결"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한국은 부유한 국가라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염두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동맹국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대선 결과를 예측하고 가정해서 언급을 하는 것은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조심스럽다"면서 "한미의 탄탄한 동맹관계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에 기반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여러 협상과 문제 해결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선 "러시아는 오랜 세월 우리와 좋은 관계를 맺어온 국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또 북한 무기 도입과 관련해 우리와 다른 입장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안별로 협력할 것은 하고 입장 차이에 따라 반대하거나 경계할 것은 그렇게 하면서 러시아 관계를 가급적 원만하게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와 '강제 징용' 문제 해결 등에 대해선 "한일은 과거사와 일부 현안에서 양국, 양국 국민의 입장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 양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를 위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태 지역, 글로벌 사회에서 공동 아젠다에 대한 리더십 확보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현안이나 과거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확고한 목표 지향성을 갖고 인내할 것은 하면서 가야 할 방향을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바구니 물가 잡을 것…연금개혁 임기 내 완성"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3대 개혁(연금·교육·노동)의 하나인 연금개혁 논의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내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임기 내 국회가 고르기만 하면 될 정도의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겠다 약속했고 이행했다"며 "그 자료에 터 잡아서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논의 속도도 빨라진 만큼 정부도 더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또 "좀 더 폭넓은 공론화를 거쳐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맞다. 21대 국회 연금 특위의 실적이나 성과로서 조급하게 마무리할 게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되 제 임기 안에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물가 지표에 대해선 "경제 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가에 두고 있다"며 "1월부터 4월까지는 물가 기조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5% 이내로 관리해 왔지만,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는 잘 잡히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할당 관세 제도를 잘 활용하고 관세를 아예 물리지 않는 방향으로 해 수입 원가는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시켜서 좀 더 싼 식자재와 식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범세계적 루트와 시장 조사를 하고 있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를 잡는 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발표…"경쟁 의식과 문화도 바뀌어야"

사회 분야에서 저출생 대책, 지역균형발전, 의료개혁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먼저 윤 대통령은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이날 처음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 저출생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거의 '국가비상사태'"라며 "정부가 부처를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라고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선 "저출생 문제를 각 부처들이 나눠서 맡고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라는 것이 자문적 성격이 강해 과거 경제 성장을 강력히 추진했던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좀 더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경쟁 완화' 등 휴머니즘적 차원의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대도시, 수도권으로 몰려 그야말로 과잉 경쟁과 무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가정의 가치가 소홀하게 된 것 등이 저출생의 문화적 요인이 된다는 게 정설"이라며 "경제, 사회 정책뿐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삶의 문화를 바꿔 나가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선 "현실에서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다. 그간 1년 넘도록 한 번도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질 못했다"며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이 문제를 다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증원이 발표된 게 아니다"라며 "정부는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 다행히 야당에서도 공감을 표시해 줘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선 "지방의 재정 자주권과 정책 결정권을 더 보장하고, 각 지역이 스스로 비교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사업을 스스로 발굴해 중앙정부가 규제완화나 재정으로 밀어주고, 공정한 교통 접근성을 갖게 한다는 '3대 균형발전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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