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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MB vs 오바마 정책노선 '극과 극'


'보수-진보' 이념스펙트럼, 경제철학, 인터넷 시각 서로 달라

버락 오바마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각각의 정책노선이 원천적으로 '결'이 달라 향후 한미 정책공조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중심 사상부터 다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중도 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중도 보수'를 지향하고 있어 주요현안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전통적 보수'를 기반으로 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손발을 맞추며 한미 관계를 '친구사이'로 격상해 놓았다면,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할 오바마 행정부는 '진보'를 우선시하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반성을 갖고 있다.

실례로 올해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 양국 집권당이 보수 세력으로 채워졌고 독도 영유권 파문, 한미 통화스왑 등 주요 국면에서 한미동맹이 빛을 발했다.

한 정치학자는 "오바마 당선인의 민주당이 다시 미국을 장악하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9개월 만에 상대가 바뀌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학자는 "미국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교체된 것은 아시아 중시, 동맹국간 유대 강화를 내세웠던 대외정책 방향이 동맹 위주가 아닌 국제협력 강화의 기조로 바뀔 것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른 학자는 "오바마 당선인은 한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일반성·보편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한미관계를 여타 동맹국과 같은 수준으로 인식하면서 국제협력을 모색하는 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맹 관계에 대한 비중이 전 행정부에 비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파병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에서 미국으로부터 전보다 많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오바마노믹스'와 'MB노믹스'는 그 형태와 추구방향도 달라 앞으로 양국 간 정책공조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MB노믹스는 규제완화와 감세(減稅)를 통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오바마노믹스는 '규제강화와 부자에 대한 증세(增稅), 재정 확대를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로 요약된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은 상위 5% 또는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해선 한해 기존 연방세율 35%로 세금 확대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 고령층에 대해선 세금 감면을 약속하고 있어 전방위적인 감세 정책을 내놓은 한국 정부와는 거리가 있다.

오바마 당선인의 '일하는 정부론'은 부시 정부 8년간의 문제점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제기된 논리로 한국과는 시장의 발전 단계, 규제의 수준 및 정부의 역할이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에게 한국은 아직 규제가 너무 많은 나라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면서 "성장지상주의와 과거 개발시대에 기초한 MB노믹스와 대기업-특권층 중심의 부자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인적쇄신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은 자유화의 정도가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있기 때문에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이동한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화 정책기조를 뒷걸음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FTA

오바마 당선인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결함 있는 협정이라며 개정을 요구해왔다. 대선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한국이 매년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은 5천대를 한국에 수출하는 데 그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이 발언이 대선 당시 미국의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해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실업률이 6.3%로 급등하는 등 미국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일 경우, 우리 정부와 마찰이 우려된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이같은 상황 때문에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2010년에야 한미 FTA가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 FTA 논란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좌파세력에 반미(反美)의 구실을 주고, 양국관계의 신뢰에 손상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이 오바마 당선인 취임 직후인 내년 2~3월쯤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이미 자동차 시장을 상당 폭 개방해 놓은 우리 입장에서 관세·소비세 등 그들에게 줄 당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자칫 전체 판이 깨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먼저 비준해 미국을 압박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며 "한미 FTA 재협상은 없다"며 국회 비준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다 레임덕에 들어 갈 부시 행정부의 미 의회 비준 등 미국발 '마지막 선물'을 기대하고 있는 기류지만 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대북 문제

대북 문제도 오바마 당선인은 북측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과정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전제 조건없이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대화의향을 비쳐왔다는 점에서 북미관계가 대화의 급물살을 타고 북미관계가 수교 등 관계정상화 방향으로 급진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한미간에 긴밀한 공조가 더욱 중요시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에 편승한 대북강경 노선을 고집해서는, 국제사회에서 더욱더 큰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면서 "6.15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 정책으로 조속히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한 북한전문가는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북-미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은 대미, 대북 입지가 약화될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도 "DJ정부 4년 동안은 클린턴 정부와 정책적 밀월관계를 누렸지만 마지막 1년은 부시 행정부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지속됐다"며 "오바마 대통령 체제 출범으로 우리 외교안보 구상도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는 미국 내 강경파와 공조에 초점을 둔 한-미 동맹 강화에 매달렸다"며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을 맞이해 정부의 이런 시도는 설자리가 없게 됐다. 새로 출발한다는 자세로 대북·대외 정책의 기본틀을 다시 짤 때"라고 주문했다.

◆인터넷 2.0

오마바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의 뒷 배경에는 '인터넷'이라는 매개가 일등공신을 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초기 쇠고기파동과 관련한 촛불집회 등에서 나타났듯이 '넷심'을 읽지 못해 제1기 청와대 비서진 전원 교체와 대국민사과 등 홍역을 치러 대조를 이룬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인터넷엔 독이 있다'는 등 인터넷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정부여당은 이른바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등 폐쇄적이고 과거회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외신들은 "오바마 당선인이 인터넷을 통해서 300만명의 소액 후원자를 만들고, 이를 열성적인 지지자로 정치 자원화한 것도 앞으로 미국인들의 정치참여 방향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인터넷을 이용한 오바마 진영의 선거전략도 빛을 발했다.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인터넷을 통한 '풀뿌리 소액모금' 운동, '사회연결망'(소셜네트워킹)을 활용한 적극적인 인터넷선거 유세는 지지자들의 결속과 지지층 확산이란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자생적인 온라인 네트워크를 창출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매력적인 동영상, 즉 엄청난 성원의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지 워싱턴 대학 정치연구소의 줄리 저머니 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인터넷 덕분에 당선됐다고 아무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없었다면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측은 처음부터 인터넷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선거 운동을 한데 묶는 도구로 활용했다"면서 "선거 운동의 중추신경과 같은 것이었다"고 표현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선대본부가 일찌감치 페이스북을 만든 사람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 휴즈씨를 영입한 것도 이번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한 IT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촛불집회로 민심이 '성날 대로 성난' 상태에서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며 부랴부랴 청와대에 국민소통비서관을 만든 것을 상기하면서 오바와 당선인과 비교해 '상반된 인터넷 의식'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야권의 한 인사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후퇴시키는 과거회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방송장악-인터넷통제, 공안정국 조성, 집단소송제-사이버모욕죄 등 인권침해 정책과 입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도) 오바마 당선인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오바마가 국민 통합, 화해, 협력을 하는 점이 우리 정부와 다른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사 문제에서도 상당한 차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앞으로 정책적 협의를 어떻게 해 나갈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김영욱기자 ky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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