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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法]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비겁한 상술(商術)


최근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주요 콘텐츠로 삼아 수익활동을 하는 개인방송 진행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해당 채널이나 방송을 보지 않더라도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종종 인용되다보니,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대상 유명인들의 사생활은 일반 대중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러한 컨텐츠는 그 플랫폼만 달리할 뿐 상시 존재해 왔는데, 그때마다 그들이 방어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 일반의 알권리나 표현의 자유였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자 토대다.

더군다나 과거 오랫동안 검열을 통한 언론 통제, 금서 및 금지곡 지정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약을 경험한 탓에,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그 어떤 기본권보다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불가침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및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고도로 보장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그 한계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형사상으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형법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조각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또한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표현된 내용이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인지 아니면 공적 관심사안에 해당하는지, 또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등에 따라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표명함으로써,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37531 판결, 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09헌마747 결정 등)

그렇다면 공직자나 정치인 등 공적 영역의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처럼 사회적으로 널리 명성을 얻은 사람이라면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공적 인물, 즉 공인의 의미는 사회가 처한 환경이나 시대에 따라 또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정의 내려질 수 있기 때문에 일의적으로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부 개인방송 진행자들이 폭로하다시피 공개하고 있는 방송내용은 도저히 공적 관심사안으로는 볼 수 없어, 대상 인물이 공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공공적·사회적인 의미와 무관하다는 점이 명백하다.

아무리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인물이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그가 누구와 사귀고 결혼하였는지, 상대방의 과거 직업은 무엇인지, 서로 어디에서 처음 만났고 둘 간에 무슨 선물이 오고 갔는지 등은 지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있어서는 국민 일반의 알권리나 표현의 자유보다 당사자 개인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자유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물론 당사자 개인이 명예훼손죄 등으로 상대방을 고소하면 될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이지만, 통상 고소 없이 수사가 개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상대방이 추가폭로를 경고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당사자 입장에서는 고소를 비롯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득보다 실에 가깝다고 판단하여 주저하기 십상이다.

이런 배경이 지속·반복되다보면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가 무참하게 침해된 개인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불행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겠지만, 그 전에 우리 스스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와 ‘자극적 소재로 개인적 수익창출에만 몰두하는 자’를 구별할 수 있는 혜안을 기른다면 후자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복성필 변호사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복성필 변호사는?

국민대학교 산학멘토위원으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구성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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