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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문재인 정부의 재계 불통 언제까지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아시아 문화권은 서구권과 달리 고맥락 문화권에 해당한다. 의사소통의 결이 다른 셈이다. 고맥락 메시지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화자(話者)가 제시한 내용보다는 말의 맥락이나 배경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반면 저맥락 메시지는 말의 맥락이나 배경보다는 상대방이 제시한 내용에 더 큰 비중이 쏠린다. 미국 출신의 인류학자 홀(Hall, E. T.)이 1976년 저서 '문화를 넘어서(beyond culture)'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곱씹어 보면 개념의 내용이 설득력을 갖췄다. 동양의 성인군자나 성현은 직설화법 대신 간접화법으로 세상을 비판하고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편으로 사용했다. 한 번 더 생각해서 알아들으면 다행이고 못 알아들어도 쪽(얼굴의 속된 말) 팔리다고 생각하지 않을테니.

문재인 정부의 소통 화법은 어떨까.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재계와 소통은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수시로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목청껏 외쳤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기업인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의 족쇄를 채우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장의 혼란과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상법 개정안의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업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여도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3%로 의결권이 제한되게 된다.

정부가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도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서비스산업이 높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경제는 여전히 제조업의 비중이 크다. 정부가 집계한 2019년 제조업의 GDP 비중으로 28%에 근접한다. 독일(21.6%), 일본(20.8%), 미국(11.6%), 영국(9.6%) 등과 견줘 월등히 높다. 이를 고려할 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무리한 수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칫 한국경제의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총수들의 경영 활동도 사법리스크의 덫에 갇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최고의사 결정권자인 총수의 발을 묶으니 기회가 생겨도 살리지 못하고 위기가 오면 그대로 침몰하는 최악의 상황도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이쯤이면 가렴주구(苛斂誅求)라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규제나 정책의 폐단은 당장 커보이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눈덩이처럼 커지기 마련이다. 한국경제의 중심축인 재계와의 불통은 문재인 정부를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내몰수도 있다.

동양철학 대가 중 한 사람인 송나라 시대의 장자(莊子)가 역설한 소통의 가르침을 보자. 장자는 누구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상가다. 장자의 소통 철학은 크게 3단계로 요약된다. 1단계는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인지이고 2단계는 상대방에 맞춘 소통을 실천하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소통을 통한 자신의 변화이다. 소통을 통해 주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소통의 패러다임이 변화인데 이는 장자 소통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단계인 타인에 대한 이해와 2단계인 맞춤형 소통은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가 이전과는 다른 주체로 변화하는 것이 소통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 2천400여년 전 장자의 소통 철학은 문재인 정부의 재계 소통 방식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하물며 경제정책의 불통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작금의 한국경제는 살얼음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바이러스 출현이나 인플레이션 압박, 글로벌 패권전쟁 등 다양한 위해요인이 도처에 깔려있다.

사방이 지뢰밭인데 갈길 바쁜 재계의 손발을 묶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이 있을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지원은 커녕 내부 총질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문재인 정부가 재계와의 불통을 '소통'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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