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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명 부부의 유체이탈 화법?… 판단은 국민 몫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찾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찾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인의 거짓말 사례를 언급할 때 빼놓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1972년 야당 사무실이 입주해 있던 워터게이트 호텔 도청장치 설치·침입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우겼지만, 결국 거짓으로 들통나면서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이 사건은 닉슨 당시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만 도청 자체보다도 그가 "도청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사태 악화 및 민심 이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한민국 대선판에도 진한 거짓의 냄새가 풍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경기도청 '황제 의전', '도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이 발향(發香)점이다. 전 도청 총무과 소속 별정직 5급 배모씨의 지시로 도청 공무원들이 김씨의 약 대리처방·음식 배달 등 사적 용무에 동원됐다는 전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의 폭로가 요지다. 배씨는 이 후보의 측근이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8일 "후보 가족을 위한 사적 용무를 처리한 적 없다"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라는 배씨의 입장을 전하며 역공에 나섰지만, 관련 증거들이 잇따라 나오자 닷새 만에 입장을 바꿨다. 배씨는 지난 2일 입장문에서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모든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이었다. 배씨는 "누구도 (제게)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전제를 달며 김씨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논란이 된 갱년기 여성용 호르몬제 처방은 "제가 복용할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처방받은 약을 굳이 김씨 자택으로 보낸 걸까.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4월 직접 병원 진료를 받고 해당 약 6개월 치를 처방받은 전력도 있다.

배씨는 김씨의 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을 촉발한 음식 배달 의혹에 대해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이후 40분 만에 김씨의 입장문이 후속타로 공개됐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배씨와의 친분으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그동안 고통을 받았을 A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마치 이제서야 실체적 진실을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튿날인 3일 이 후보도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사실상 개인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배씨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취지로 읽히는 건 비약일까. 야당에서는 곧장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각자 나름대로 입장은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배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약 문제만 봐도 그렇다. A씨는 대리처방 관련 배씨의 해명에 "국민 상식과 수준을 무시하는 막말"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만약 김씨의 대리처방이 사실이라면 '황제 의전' 문제를 넘은 위법 문제가 된다.

하지만 한 가지라도 거짓 해명으로 드러날 경우 이 후보 부부가 감내해야 할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다. 당장의 위기 모면을 위한 정치인의 어설픈 해명이나 거짓말에 국민은 크게 분노한다. 거짓말의 벽에 균열이 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닉슨을 끌어내린 건 도청이 아니라 거짓말이다. 판단은 국민 몫이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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