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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속 타는 날’의 반전


2차관 외부 영입설 차단하고 내부에서 2차관 승진 이끌어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취임식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취임식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지난 5월 30일 카이스트 간담회에서) “5월 13일 오태석 1차관 임명이후 과기정통부 2차관 임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인사가 언제 나는 것인가?”

답: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제가 속이 탄다. 조만간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간담회를 끝마치고 이동하면서 기자의 이 같은 질문에 ‘속이 탄다’고 답했다. 당시 과기정통부 2차관에 모대학 교수가 영입될 것이란 ‘외부 영입설’이 거의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될 때다.

중앙부처의 장차관 인사는 정치적 권력 배경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진다. 보통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차관은 장관이 취임식을 끝낸 뒤 곧바로 인사를 하는 게 자연적 흐름이다. 내부 승진이 대부분이다.

헌데 이번 과기정통부 차관 인사를 달랐다. 5월 13일 다른 부처 차관 임명과 함께 과기정통부 오태석 1차관이 임명됐다. 이종호 신임 장관이 지난달 10일 임명되고 11일 취임한 상황에서 오 차관의 임명은 내부 승진으로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이때 함께 인사가 나야 할 과기정통부 2차관 인사였다. 2차관은 인사 명단에 없었고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1차관은 과학전반을, 2차관은 ICT 정책을 관장한다. ‘ICT 홀대론’ ‘외부 영입설’ 등 끝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늘, 내일 하던 2차관 임명은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오태석 1차관이 임명된 20일 이후인 6월 3일 마침내 2차관이 임명됐다. 2차관(ICT)에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발탁됐다. 결과적으로 내부 승진이었다.

이종호 장관의 ‘속 타는 날’의 반전이 일어난 사건이었다. 지난달 30일 당시 ‘제 속이 탑니다’라는 뉘앙스에서 기자는 ‘내부 승진이 아니라 외부 영입설에 힘들어하는 장관의 모습’을 읽었다. 외부 영입설에 내부 승진이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차관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데 장관의 영향력이 큰 게 사실이다. 자신과 함께 정무를 이끌어야 할 두 차관을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 차관이 온다면 장관의 위신은 내부적으로 흔들리기 마련이다.

지난 3일 박윤규 2차관이 임명되면서 과기정통부 내부는 “역시 이종호 장관” “우리 장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부에서 차관이 영입됐을 때 과기정통부 내부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사가 적체돼 있는 상황에서 외부 영입은 그 인사 적체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관이 이것하나 방어해 주지 못하면서 무슨 장관이냐”라는 내부 힐난을 받기 마련이다.

과기정통부 한 고위 관계자는 “2차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여러 소문은 물론 특히 외부 영입설을 두고 ‘장관이 뭐하고 있나’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시간은 조금 늦었는데 결과적으로 내부에서 2차관이 임명되면서 ‘장관이 여러 논란을 잠재우고 과기정통부 역할론을 제대로 정립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장차관의 임명 시스템에서 차관은 내부 승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장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부정기적으로 그때그때 외부에서 임명한다. 대부분 교수 등 전문가 출신들이다. 이들 장관들은 전문적 식견은 있어도 해당 부처 전반적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차관이 이를 보완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으로 대부분 차관은 각 부처의 실장급에서 내부 승진하는 게 관례이다. 과기정통부 2차관의 외부 영입설을 차단한 이종호 장관은 과기정통부 내부 직원들로부터 ‘우리 장관’이란 평가를 빠르게 받은 셈이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신임 장관이 임명되면 ‘얼마나 있으려나?’ ‘어떤 스타일일까?’ ‘어떤 라인이지?’ 등 정치적 색깔을 따지곤 한다. 부처 직원들에게 ‘우리 장관’이란 평가를 받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이종호 장관은 이번 2차관 인선으로 과기정통부 내부적으로 빠르게 ‘우리 장관’이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차관의 외부 영입설을 차단하고 내부에서 차관 인사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이종호 장관의 역할이 컸다고 과기정통부 직원들은 평가하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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